"거래소가 한미약품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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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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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한국거래소가 한미약품 사태를 더 키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새로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와 한미약품 측이 10월 국정감사에서 나란히 "거래소가 장 시작 전 기술수출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하라고 했고, 거래소 잘못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애초 거래소가 한미약품에 부실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준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미약품이 증시를 열기 전 계약해지 사실을 공시할 수 있었으나, 거래소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3월 해외업체와 수천억원대 기술수출계약을 맺었고, 공시를 하는 대신 보도자료만 내놓았다.

당시 거래소는 다음 계약부터는 공시를 하라고 요청하면서, 한미약품에 가이드라인을 줬다. 가이드라인은 기술수출계약을 할 때 계약금, 임상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 최종상품화 후 로열티를 모두 합쳐 공시하고, 임상 실패로 계약을 해지하면 정정공시만 하면 된다는 게 골자다.

한미약품은 올해 9월 29일 장 마감 후 1조원대 기술수출계약 체결, 다음날인 30일 장 개시 30분 후에는 8500억원대 기술수출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이런 과정에서 대규모 공매도 물량이 출회돼 늑장공시 논란뿐 아니라 사전 정보유출 혐의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미약품 측이 두 공시를 모두 거래시간이 아닌 폐장 후나 개장 전에 내놓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9월 30일 개장하기 전 직접 거래소를 찾아 계약 해지 공시에 대해 문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애초 기술수출계약 공시 가이드라인을 줬던 거래소 직원이 바뀌는 바람에 비롯됐다고 한다. 새로 일을 맡은 거래소 직원은 정정공시만 하면 된다던 최초 가이드라인과 달리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얘기다.

결국 한미약품 측은 본사에서 다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장이 열린 지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공시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미약품 측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먼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을 문의했고, 우리 담당자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서둘러 공시부터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측이 9월 29일 아침 일찍 거래소 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해당 직원이 출근 전이라 직접 거래소를 찾아갔다고 한다"며 "더구나 거래소가 먼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자체 규정상 발동할 수 있는 거래정지 권한을 활용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 상장규정을 보면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증권 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 반면 이런 규정이 실제 적용된 사례는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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