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수사, 파리 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폐지 등의 공약들을 재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선된 지 보름 만에 상당수 공약이 후퇴 조짐을 보이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면서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 클린턴 수사 '글쎄', 파리협약 '긍정적'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 재단 등과 관련한 클린턴 기소 계획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다"며 "다만 기소할 경우 분열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선 기간 동안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이른바 '정치 보복'이라는 비난이 일었던 만큼 '분열' 대신 '통합'에 주안점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클린턴에 비해 150만 표나 뒤처졌던 만큼 다수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협정에 대해서도 '당장 폐지'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바꿔 '오픈 마인드'를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간의 활동과 지구 온난화가 일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 협정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파리협정을 비판해왔다.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에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이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기도 했다. 에너지 개발 사업을 허용하는 한편 파리협정에 출연하게 될 대규모 자금을 국내 복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테러, 고문보다 신뢰"...오락가락 행보에 예측 불가능
테러 대책과 관련해서는 "필요할 경우 고문을 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제임스 마티스 전 중앙군사령관과의 대화 이후 고문보다는 테러 용의자들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협조에 대해 보상하는 게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티스 전 사령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력한 국방장관으로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3월 대선 경선 과정에서 "테러 용의자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 방식도 허용해야 한다"며 "테러 조직과 동등한 위치에서 싸우기 위해 대통령이 된다면 고문을 금지하고 있는 기존 법률을 확대해 물고문뿐만 더 잔인한 고문 방식도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었다.
공약 후퇴설이 나온 가운데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어느 수준까지 이행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돌발 발언과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당장 △ 취임 첫 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 불법 이민자 최대 300만 명 추방 △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설치 △ 10년 동안 인프라에 1조 달러 투자 등의 공약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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