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부 퇴진’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정국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하야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셀프 면죄부’를 쥔 채 버티기에 돌입하자, 야 3당은 30일 “임기 단축 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흩어진 탄핵 전열을 재정비, 이르면 오는 2일·늦어도 9일 탄핵안 처리를 통해 ‘조속한 하야’를 박 대통령에 촉구하고 나서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도 이날 박 대통령의 퇴진 데드라인을 ‘내년 4월’로 정하면서 하야정국은 ‘12월 탄핵→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 로드맵을 밟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관련 기사 5·6면>
여야의 탄핵파는 이날 급박하게 움직였다. 야 3당 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하고 박 대통령이 제안한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퇴진 로드맵 마련을 거부하며 ‘조건 없는 하야’를 촉구하기로 했다.
또한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 표결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새누리당 비주류 이탈 여부에 따라 야 3당 대표의 추가 회동을 통해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여권 비주류 의원들 모임 ‘비상시국위원회’는 같은 날 박 대통령이 제안한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에는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대통령의 자진 사퇴 데드라인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했다.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12월) 8일 밤까지가 (박 대통령 거취에 대한) 여야의 협상 시한이고, 불발되면 9일에 탄핵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하야 로드맵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국회에 떠넘긴 직후 일부 이탈 조짐이 보인 새누리당 비주류가 사실상 ‘선(先) 퇴진 로드맵 협상-후(後) 탄핵 동참’으로 야 3당과 결을 달리한 데다, 당 주류가 ‘탄핵 추진 철회’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탄핵을 전면에 내건 야당은 이날 개시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를 시작으로, 특별검사(특검) 등 삼각파도를 앞세워 전방위 공세를 펼칠 예정이었지만, 국조특위 첫날부터 김수남 검찰총장 불출석을 둘러싼 공방으로 한때 반쪽 특위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내달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총수 9명의 증인 출석도 예고돼 있어 정치권 공방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의 담화는 퇴진이 아닌 조건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탄핵을 비롯해 특검, 국조 등은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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