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이사장은 스스로 거래소 수장에 오를 때도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았다. 최경수 전 거래소 이사장이 연임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으나, '정찬우 내정설'이 돌자 이사후보추천위 공모에 지원조차 하지 않은 채 돌연 물러났다. 결국 정찬우 이사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돼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이랬던 정찬우 이사장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에는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는 물론 언론과 개별적인 만남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찬우 이사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가장 거센 역풍을 맞은 인물이 됐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논란에 재계가 발칵 뒤집혔지만, 금융권이나 증권가는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었다. 정찬우 이사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래소는 최경수 전 이사장 시절 불발된 지주 전환을 마무리해야 하는 현안을 안고 있다. 사실상 조직 전체가 지주 전환에 매달려 온힘을 쏟아왔다. 현재는 바통을 이어받은 정찬우 이사장이 국회를 다시 설득해 지주 전환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면 원점으로 되돌려 재검토하고, 지주 전환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거래소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두 이사장에 걸쳐 이 일에만 올인하는 것은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활력을 잃어버린 우리 자본시장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거래소 밖에서 보면 지주 전환이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다. 투자자나 기업이 더 쉽게 재산을 늘리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 거래소가 고민해줘도 그만이다. 자본시장 인프라인 거래소가 지주 전환 문제에만 매몰돼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애초 거래소는 2005년 통합 출범하기 전까지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로 분리돼 있었다. 거래소가 지주로 전환하면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부문이 각각 자회사로 분리돼 10여년 전과 비슷해진다. 2005년 통합할 때나, 지주 전환을 추진하는 지금이나 명분이 경쟁력 키우기라는 것도 똑같다. 손복조 전 대우증권 사장은 10여년 전 거래소 통합 당시 이렇게 말했다. "해외 거래소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허브로 발전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렇더라도 역대 다섯째로 거래소 수장에 오른 정찬우 이사장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정찬우 이사장은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실시로 임기 완주를 장담하기 어려운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지주 전환 문제가 마지막 큰 임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두문불출로 임기를 끝낼 게 아니라면 정찬우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는 게 맞다. 지금처럼 의혹에 대한 해명을 묻는 언론을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거래소 노조와도 자주 만나야 한다.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이사장 취임 전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간 노조를 설득하고, 조직을 다시 추슬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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