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신분증 스캐너로 명의도용 방지?...번지수 잘못 찾은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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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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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신분증 스캐너 의무화는) 절대 갑들이 일방적으로 내놓는 압박 정책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신분증 스캐너'에 대한 이동통신유통점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의 말을 요약하자면 주무부처인 방통위를 주축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사가 손 잡고 문제투성이 신분증 스캐너를 강제도입해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명의도용 방지와 개인정보보호를 목적으로 이달부터 전국 1만7000여개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KAIT를 주축으로 이통3사와 함께 전반적인 운영을 맡는 조건에서다.

하지만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과정에서 KAIT가 특정 제조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으며, 이통사가 구입을 강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온라인판매나 방문판매(다단계)의 경우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이 적용되지 않는 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신분증 스캐너 의무화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 불구하고, 스캐너 구매를 강제하고 페널티 등 불이익을 부과하는 '갑질'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분증 스캐너가 빈번한 오류를 보이는데다가 위조 신분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가 업계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고, KAIT는 통신사가, 통신사는 KAIT가 주체라고 서로를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분증 스캐너 도입에 앞서 유통판매점들과 협의 과정에서도 방통위의 안일함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라는 명분하에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 두번의 협의를 통해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KAIT와 통신사를 독려해 신분증 스캐너에 대한 유통판매점들의 현장의 목소리에 귀 귀울여야 할 것이다. 주체가 불명확한 사업으로 법적 근거없이 수익성에 불과한 정책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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