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공화당 최고 상원위원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초당적 조사를 촉구하면서 러시아 해킹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미국 의회와의 대립각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CIA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해킹의 배후는 러시아이며 이는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한 선거 개입이라고 결론지은 가운데, 12일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회가 이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12일 기자들에게 "하원 정보위원회가 이 사안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부정해온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현지시간 12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누가 해킹을 했는지에 대해 결론짓기는 어렵다”며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트럼프는 “만약 선거 결과가 반대로 나온 다음 우리가 러시아/CIA 카드를 꺼냈다고 했다면 그건 분명 음모론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맥코넬 의원이 러시아 해킹에 대한 의회 조사를 촉구하면서 미국 대선 이후 공화당 의원들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사이에서 첫 충돌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기간 중에는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충돌했었지만 대선에서 트럼프가 깜짝 승리한 뒤 공화당 주류 지도부와 트럼프의 관계는 회복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러시아를 감싸면서 취임 전부터 의회와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논객들은 트럼프가 CIA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비판하는 것에 주저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주말 트럼프 인수위는 CIA의 러시아 해킹 결론에 대해 “CIA는 사담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 이들”이라며 CIA의 굴욕적인 과거를 건드려 망신을 주었고 11일 트럼프는 FOX뉴스와의 인터뷰에서 CIA의 결론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의 이 같은 반응은 올해 대선 기간 중에도 불거진 러시아의 해킹 의혹에 대해 자신의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 정보국을 믿을 수 없다던 주장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트럼프는 CIA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밖에도 트럼프는 국무장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외교위 마르코 루비오 소속 공화당 상원의원은 11일 트위터에 “내가 국무장관에게 원하는 자질 중 블라디미르의 친구라는 점은 없었다”고 적었다.
틸러슨과 함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2일 FOX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주장은 “거짓 공작”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CIA가 상당히 정치화되었다며 러시아 해킹설은 오바마 정부가 꾸며낸 거짓 주장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12일 오후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 위원장, 벤 카딘 외교위원회 의원, 패트릭 리히 사법위원회 의원 등 민주당 상원 지도부 의원 3명은 러시아 해킹 의혹 조사를 위한 초당적인 특별 위원회 구성을 제한했다. CNN은 의회가 러시아 해킹에 대한 초당적이고 전면적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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