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신토불이(身土不二), 애국심에 호소하던 시대는 끝났다.”
세계 최초로 ‘식품전문 홈쇼핑’ 회사인 NS홈쇼핑 도상철 대표이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대한 위기감을 묻자, 대뜸 이렇게 응수했다.
일흔을 넘긴 노 신사는 식품업을 ‘미래산업’이라고 힘줘 말하며, 국내 농수산업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무려 9년간 NS홈쇼핑 수장을 맡아, 최장수 홈쇼핑 CEO 타이틀을 보유한 그의 패기는 20대 청년 못지않았다. 도 대표이사와의 단독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꿈의 미래 도시인 ‘판교 테크노밸리’ 사옥에서 진행됐다.
◆고부가 가치 식품, 농가 살리고 고객만족도 키워
2001년 개국,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NS홈쇼핑은 현행법상 의무적으로 방송시간의 60%를 식품 판매에 할애해야 한다. 국내 농수축산업의 발전을 위한 거부할 수 없는 사명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식품이나 팔 수는 없는 노릇.
도 대표는 ‘농가도 살리고 고객 만족을 높이는’ 고부가 가치 식품 판매에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 ‘포도즙’ 이다. 포도는 제철이 지나면 썩어서 버려야 하지만 포도즙으로 가공해 팔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이후 배즙, 사과즙을 잇달아 판매하면서 홈쇼핑 대표 상품으로 부상하게 됐다. 타 홈쇼핑도 이를 벤치마킹해 앞 다퉈 판매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후 양파즙·한복선한우곰탕·제주울금분말·고구마말랭이 등은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 식품으로 부상했다. 바쁜 도시민들의 아침 대용 식품으로 각광받는 ‘세척 사과’ 붐을 일으킨 것도 NS홈쇼핑의 아이디어였다.
“저희 MD(Merchandiser)들은 직접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고부가 가치 상품을 찾아다닙니다. 가공되지 않은 쌀, 배추, 무, 굴비 등 ‘원물’만 파는 것은 농가에도 도움이 안됩니다. 지자체와 농가와 합심해서 로컬푸드를 판매하니, 고객들의 만족감도 오르고 매출도 동반상승했습니다.”
◆美 트럼트 시대, 보호무역주의 ‘농업 생산성’이 해법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이야기를 꺼내자, 조용조용하던 도 대표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그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농가 타격이 불가피한데, 다 같이 살려면 해법은 농업 생산성 향상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이어 농산물 수출 규모 세계 2위인 네델란드의 예를 들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첫 걸음은 앞서 언급한 고부가 가치 상품을 만드는 아이디어이며, 다음으로는 ‘물류비 절감’이라고 강조했다.
NS홈쇼핑은 이미 지난 4월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파이시티)에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 최첨단 선진형 유통물류기지 구축에 나섰다. 부지 규모만 9만1082.8㎡인 이곳에서 상온·냉장·냉동 식품이 3시간 이내에 수도권 소비자에게 배송될 수 있도록 스마트 집배송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다.
도 대표는 “신토불이가 좋은 건 고객들도 다 안다. 하지만 국내 농산물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비싼 상황에서 더 이상 애국심에 호소할 수는 없다”면서 “양재동 물류센터가 완성되면 혁신적인 물류비 절감이 가능해 보다 신선한 식품을 한층 저렴하게 2000만 수도권 고객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軍시스템’ 과감하게 적용, 스스로 일하는 회사 만들어
도 대표는 육군행정학교에서 장교양성을 위해 교육기획·인사참모학을 가르친 장교(소령) 출신이다. 사실 군인이라기보다는 교수에 가까운 이력이다.
그는 직접 가르치고 익혔던 군 행정시스템을 NS홈쇼핑 CEO로 부임하면서 곧바로 적용했다. 군에서는 흔한 인사고과 포상제도, 목표관리제도 등에 착안해, 말단 사원부터 대표인 본인까지 목표카드를 쓰고 있다.
카드에 개인적 목표 3가지, 회사 조직원으로서 목표 3가지를 쓰게 하고, 도 대표가 신년 행사 때 전 직원에게 카드를 배포하고 연말에 달성 여부를 확인, 우수자를 시상하며 ‘스스로 찾아서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도 대표는 롯데, CJ 등 대기업 재벌 홈쇼핑과 차별화를 꾀하려면 ‘인재 육성’을 잘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군에서 시행 중인 ‘사수-부사수 제도’에 착안해 부서별로 선임과 신입사원을 1대 1로 짝을 짓는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해 함께 직무발표를 하도록 했다.
또 과장, 차장급 직원들에게 미션을 주고 연구를 하게 한 뒤 직원들에게 강의하게 하는 ‘사내 강사’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사내 도서관도 마련해 언제든 직원들이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바로 빌려 볼 수 있도록 했다.
도 대표는 “식품산업은 미래산업이며, 미래산업을 이끌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앞으로 국내 농수축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1등 식품 전문 유통기업이 되기 위해 2017년에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