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왜 기각했을까.
이 부회장의 혐의가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유무죄 판단은 기소 후 본 재판에서 다루지만, 특검이 그간 수사한 결과만 살펴보면 이 부회장을 구금해도 좋다고 판단하기에 부족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를 심사한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 인정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가관계와 부정청탁 소명정도에 비춰 구속필요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변호인이 최순실 측에 제공된 자금은 대가성이 없는 것이라고 항변한 점을 고려하면 법원은 문제의 돈을 뇌물로 볼지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부정한 자금을 받기로 최순실 씨와 공모한 상태이므로 최 씨가 돈을 받은 것은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하지만 법원은 뇌물인지 아닌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횡령 역시 본 재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에 관해서 '위증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것인데, 기억에 어긋나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방어권을 보장받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일단 판단한 셈이다.
특검은 영장 심사가 이 부회장의 구금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 영장 기각이 수사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최종적인 평가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사 동력을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특검은 영장 기각에 비춰 미진한 부분을 향후 수사에서 보강할 계획이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와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