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아주경제 DB]
24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오는 6월 1일 회사를 인적분할하고 지주사로 전환한다. 제일약품은 이에 대해 “핵심역량 강화, 경영효율성·투명성 극대화, 장기성장 위한 지배구조 확립”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말에도 사업 효율성 강화라는 이유로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맡는 ‘제일헬스사이언스’를 분사·신설했다. 신설 회사 대표로는 한상철 부사장을 세웠다. 한상철 부사장은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3세다.
이 때문에 경영승계 수순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주사 전환까지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주사 전환은 지분구조를 개선·재편할 수 있어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유리하다. 당시 제일약품에서는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사 두 달 만에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사실상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사와 지주사 전환을 경영승계 과정이라고 보여지는 이유다. 하지만 제일약품이 거쳐야 할 난관이 적잖다.
제일약품은 2015년 기준 매출액 5947억원의 국내 상위 5위 제약사다. 주가는 이달 23일을 기준으로 9만200원, 시가총액은 1조332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내실은 빈약하다. 이 회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 주식가치를 표현하는 주가수익비율(PER·주당 시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136.46으로 업종 평균인 40.96의 3배 이상을 웃돈다.
주식가치가 다른 제약사에 비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증여세와 자금 확보 등 경영진간 지분 양도 부담은 커지게 된다. 지난해 9월 기준 한상철 부사장 지분율은 4.66%에 머문다. 지분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주사로 전환해 시가총액을 낮추고 지분을 넘기는 것이 제일약품 경영진에게는 필수적이지만, 전환을 이루더라도 지분 양도는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주주들의 동의절차를 거치는 것도 변수다. 제일약품은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분할 계획 승인을 거칠 예정인데, 지주사 전환을 경영승계 과정으로 본다면 주주들로부터 한상철 부사장에 대한 신뢰를 얻어내야 한다.
한 부사장은 한국화이자제약 등에서 근무하다 2007년 제일약품에 입사해 2015년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는 제일헬스사이언스의 대표를 맡았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췄지만, 실질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것은 얼마 되지 않아 신뢰 확보에 부족한 면이 있다.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모양새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는 7월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하는 지주사 자산 요건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는데, 제일약품은 이보다 한 달 앞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 지주사로 전환되는 분할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가칭)’의 자산총계는 2015년 기준 972억원이다. 전환 시점에서 1000억원을 갖출 수 있도록 시급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주들로선 시기를 늦춰 안정적인 지주사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제일약품은 지주사 전환 연기가 불가피하고, 향후 경영승계 전략과 도구로 활용하는 데 곤란해지게 된다. 실제 현재 지주사로 바뀐 일동제약은 녹십자를 포함한 주주 반대로 한 차례 전환이 무산된 바 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은 경영승계나 공정위 요건 상향과는 관련 없이 추진되는 사항”이라며 “지주사 전환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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