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최근 SRT(수서고속철)의 잦은 진동 문제 발생으로 운영사인 SR이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즉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진동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다.
8일 기준 SR은 10량 단위로 총 32편성의 열차를 보유하고 있다. SRT 10편성은 자체적으로 신규 도입된 것이며, 나머지 KTX-산천Ⅱ 22편성은 코레일로부터 임대(20년)된 열차다. 모두 현대로템이 제작·공급했다.
SR은 코레일을 통해 내달까지 차량 총 32편성에 대한 차륜 삭정(깎기 작업)을 완료해 빠른 진동 저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까지 SR은 임대차 6편성, 신규 1편성을 삭정 완료한 상태다. 삭정 등을 비롯한 모든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는다.
SR이 밝힌 차량 하부 진동도 안전 기준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SRT나 KTX가 시속 270㎞ 이상으로 주행 시 진동가속도(Vibration Acceleration: 단위는 G-force나 ㎨로 표시, 중력가속도 1G=9.8㎨)가 0.8G로 5초 이상 측정되면 '대차 불안정'으로 검지된다. 이 경우 차량은 270㎞ 이하로 자동 감속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0.8G라는 진동가속도도 그나마 탈선이 우려될 가능성이 있는 보수적 수준의 수치다. 실질적인 탈선은 4G 수준일 때 발생한다"며 "또 속도가 시속 2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진동 문제는 현저히 저감된다"고 말했다.
장대성 우송대학교 철도차량시스템학과 교수 역시 "SRT나 KTX 차량의 경우 진동에 따른 안전 기준치가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는 편"이라며 "안전성을 위협할만한 수준의 진동이 발생하는 차량은 기준치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SR 측이 진동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삭정된 차량은 진동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 SR 측의 설명이지만, 이 역시 진동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아닌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SR 관계자는 "진동 발생과 관련, 차량, 선로 상태,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하고 있다"며 "다만 경부선 특정 구간에서 흔들림이 반복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차륜 및 현수장치(서스펜션)의 문제가 아닌지 추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삭정 작업을 통해 진동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보면 차륜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편적으로 접근하기엔 SR, 현대로템과 꼼꼼히 살펴봐야 할 문제다. 차륜뿐만 아니라 차량 전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동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현황을 분석하는데 만도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행 중인 차량을 모두 멈추고 전면적인 체크를 하는데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진동 문제가 파악돼 향후 대책까지 수립할 경우 이번 년도를 넘길 수도 있다. 최대한 원인 분석에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대성 교수는 "이번 SRT 진동 발생은 차량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노반 침하에 따른 선로의 문제일 수도 있다. 평지만을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자동차를 연상하면 쉽다"며 "원인 분석에 앞서 차량, 이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차량 및 노선에 대한 철저한 상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선적으로 SRT와 KTX 간의 비교 측정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SRT·KTX 공동 주행 구간인 오송역부터 남측 노선까지 양 차량 간의 진동 문제가 다르게 발생한다면, 노선이 아닌 차량 결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