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진제약의 '게보린' [사진=삼진제약 제공]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삼진제약의 간판 제품인 '게보린'은 한때 '국민 두통약'으로 불렸다. 하지만 잘못된 위기대응으로 '나쁜 두통약'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승승장구하던 실적도 함께 추락했다.
2008년 국내에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이란 성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IPA는 두드러기와 홍반, 구토 등을 일으키는 성분이다. 의식장애도 부작용의 일부다. 특히 골수의 정상적인 기능을 떨어트려 백혈구의 일종으로 세균을 파괴·방어하는 과립구가 줄어드는 과립구 감소증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재생불량빈혈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PA는 게보린의 핵심 성분이다. 이 때문에 게보린을 사용한 환자에게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2년 6월 사이 보건당국에 신고된 게보린 부작용만 211건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단체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IPA를 의약품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고조되자 2011년 담당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 게보린의 안전성을 입증할 것을 삼진제약에 지시했다.
하지만 삼진제약은 '무대응이 대응'이라는 태도로 논란에 묵묵부답했다. 같은 해 IPA로 만든 진통제를 보유한 동아제약(암씨롱)·종근당(펜잘)·동화약품(스피돈) 등이 제품 리콜이나 시장 철수를 단행할 때도 판매를 이어가는 고집을 피웠다.
삼진제약의 엉뚱한 고집과 오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10월 삼진제약은 게보린의 광고모델로 걸그룹 '걸스데이'를 내세웠다.
당시는 게보린이 청소년 사이에서 조퇴와 체중조절용으로 오·남용 되고 있다는 지적이 한창 나오던 때였다. 식약처가 2009년에 발표한 IPA 제품의 15세 미만 사용금지 조치도 가볍게 무시했다.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돼 청소년에게 영양력이 큰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비정상적인 행보에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의약품 전문가들과 정치권도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약사회는 "아이돌 그룹을 이용한 광고는 청소년 복용 오·남용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사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낙연 국회의원은 "게보린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용도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걸그룹을 모델로 내세운 것은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삼진제약은 그제서야 걸스데이가 나온 게보린 광고의 방송을 중단하고, 모델도 교체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한편 2015년 6월 식약처가 '심한 혈액이상 환자' 등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4건의 사용상 주의사항만 제품에 표기하면 IPA 성분 진통제를 팔 수 있게 하면서 관련 논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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