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상하이 시내 옛 골목에서 20년 넘게 영업해 온 한 허름한 훈둔(餛飩 중국식 만두국)가게가 무허가 영업으로 문을 닫은 지 2년 만에 재오픈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철폐하라고 호통친 덕분이다.
양자만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2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연 상하이 시내 골목가에 위치한 '멍화제(夢花街)훈둔'가게 앞에는 오픈 한 시간전부터 백여명의 손님들이 몰려 긴줄이 늘어섰다. 한 손님은 이날 훈둔 한그릇 먹으려고 세 시간을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예전 단골이라는 또 다른 손님은 "가격도 맛도 예전과 똑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게는 이날 하루에만 훈둔을 만드는데 밀가루 150kg을 소진했다.
멍화제훈둔이 2년 만에 재오픈한 사연은 파란만장하다.
멍화제훈둔은 20여년전 여공 출신 세 자매가 함께 힘을 모아 차린 조그만 가게다. 단골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나 2015년 8월엔 TV 방송까지 탔다. 하지만 한달 후인 9월 무허가 영업 신고가 들어가면서 폐쇄됐다. 이 사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리커창 총리의 귀에도 들어갔다.
리 총리는 즉각 유관 부처에 "훈둔 한그릇에 뭐이리 야단법석이냐"며 호통을 쳤다. 그는 "정부는 행정권한을 이양하고 규제를 철폐하고 서비스업종을 우대하라"며 이른 바 '팡관푸'(放管服)를 외쳤다. 특히 생산력 발전과 취업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비합리적 규제를 없애 서비스 정신을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 해 11월 상하이를 시찰할 당시 또 다시 훈둔가게를 거론했다. 리 총리는 "훈둔가게가 물론 무허가 영업 등 문제가 있었지만 기층간부들도 서민의 입장에서 고려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리감독 규정 이행도 중요하지만 친서민적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리 총리의 요구에 따라 해당 현지 정부 부처에서도 관리감독에 '따뜻함'을 더했다.
사실 멍화제 훈둔도 비록 무허가 영업을 하긴 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식품위생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 도시환경, 소방안전, 인근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초래한 문제였다.
이에 현지 정부에서 훈둔가게가 새로운 곳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영업허가증 문제도 해결해준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다시 문을 연 훈둔가게는 원래 있었던 자리에서 1㎞ 정도 떨어진 좀 더 깔끔한 건물에 위치했다. 가게 면젹도 20㎡로 20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상하이식약관리감독부처는 지난 9일 '상하이시 영세식당 사업자 임시 등록 관리감독 방법'을 내놓아 식품경영 허가증이 없더라도 관련 식품안전 위생 요구에 부합하고 인근 주민에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임시 등록 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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