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지난달 24일 서울시청 신청사 로비에서 한 시민의 자해 소동이 일어났다. 이날 오전 진행된 ‘프랭크 스코필드 특별전’ 개막식에서 칼을 소지한 남성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향하다가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것이다.
이날 소동은 오후 성북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추진위원장을 지냈던 남성이 정비구역 지정 해제 이후 보조금을 둘러싸고 벌인 사건임이 밝혀졌다. 남성은 이날도 시청 재생협력과를 방문해 민원을 제기하려다가 행사를 보고 우발적으로 소동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길게는 십수년 동안 끌어온 재개발·재건축은 주민의 재산권이 달린 민감한 문제다. 약 15년 전 우후죽순으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2000년대 후반 경기가 위축되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시내 각 지역에서 정비구역 해제 지역이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에서는 장위 8·9·11구역 등이 뉴타운 해제 수순을 밟고 있고 충정로1구역·연희1구역 등도 해제를 앞두고 있다. 1일 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683개 구역 가운데 328개 구역이 해제됐고, 51개 구역이 해제 추진 중이다.
정비구역 직권해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고, 주민 의견 조사 결과 사업 찬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직권해제될 수 있다.
문제는 정비구역 해제 이후다. 절반 가까운 곳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이후 대책이 마련됐는가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시는 해제된 지역을 대상으로 사용비용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직권해제 유형에 따라 70%에서 100%까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앞으로 직권해제 지역이 늘어나는 한 보조금 액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1일에는 직권해제 기한을 올해 3월에서 연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이 수정의결됐다.
하지만 시는 아직까지 그동안 낙후된 환경에서 지낸 주민들을 충족시킬만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이 늦어지는 동안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집을 수리하는 데 제한을 받았다. 일부 가구는 도시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 보조금과 더불어 이들을 위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주민들에게 정비구역 해제를 둘러싼 논란과 대안을 설명할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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