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로 성장할 때 마다 베토벤의 작품은 늘 김선욱과 함께였다.
김선욱은 2012-13년, 8차례에 걸친 국내에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비롯해 런던과 유럽에서 가진 베토벤 건반곡의 독주와 협연으로 리즈 콩쿠르 우승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디아벨리 변주곡마저 완주한 김선욱은 베토벤의 모든 건반음악을 살펴봤다는 성취를 넘어, 이제는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 들어섰다.
3월 독주회보다 한 달 앞서 독일 악첸투스 레이블로 발매 된 김선욱의 세 번째 독집앨범 수록 작품이기도 하다.
김선욱은 음반으로 발매된 레퍼토리를 왜 또 연주회에서 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음반처럼 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답한다.
레코딩의 성과는 ‘순간을 박제한 것’일뿐 실황 연주에서는 또 다른 묘미의 접근과 깊이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비창 월광 열정 같이 대중적인 레퍼토리는 꾸미고 과장하는 연주가 많다. 그래서 이 곡들을 해보고 싶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종료한지 3년 반의 세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베토벤 소나타 가운데 가장 통속적인 레퍼토리로 독주회를 결심한 까닭은 베토벤과 그의 건반 음악에 드리워진 클리셰(Cliché : 고정관념)을 걷어내기 위함이다.
‘베토벤 3대 피아노 소나타’로 통칭되는 비창, 월광, 열정은 상업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레퍼토리다.
젊은 연주자들은 명연주와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베토벤의 텍스트가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을 목격한 김선욱은 ‘베토벤의 악보와 텍스트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비창, 월광, 열정을 독주회 레퍼토리로 선곡했다.
김선욱은 LG아트센터에서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연주를 회상하며, 자신도 20대 시절에는 무모한 자신감으로 음악을 지배하고 넘어서려 했다고 자평한다.
음악을 공부하고 여러 것을 경험하며 음악 앞에 작아지고 겸손해짐을 느꼈다는 그는 이제 경건한 자세로 베토벤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청중과 나누려한다. 가지를 치고 포장을 벗겨서 결국 설득력을 보강하는 김선욱의 베토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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