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정부가 전국 부동산정보 간편 조회를 위해 2011년 도입한 '스마트 국토정보'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군부대 등 국가 보안시설 항공사진이 장기간 버젓이 노출돼온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을 국가 보안시설 노출 우려를 이유로 불허한 바 있어 '셀프 노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강원도 인제군 소재 육군 A사단 등의 일부 군 시설의 항공사진이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스마트 국토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국토정보는 2011년 국토부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전국 부동산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한 시스템이다. 회원가입 없이도 각종 부동산정보는 물론, 항공사진 등 확인이 가능하다.
실제 스마트폰에 간단하게 해당 앱(APP)을 내려받아 강원 인제군에 위치한 일부 군부대 주소를 입력하자 막사와 연병장, 포진지로 추정되는 군 시설의 항공사진이 그대로 표시됐다.
정밀지도와 위성사진, 항공사진 등을 생산·공급할 경우에는 반드시 군부대 등 주요 보안시설을 흐릿하게 블러(blur) 또는 위장 처리해야 하지만, 국토부는 아무런 작업 없이 이를 노출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마트 국토정보는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보안작업을 마친 항공사진을 제공받아 서비스하는데, 보안작업 과정에서 일부 지역이 누락돼 노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본지 취재로 스마트 국토정보 시스템의 국가 보안시설 항공사진 노출 사실이 확인되자 해당 시스템 운영을 지난 21일 잠정 중단했다.
문제는 월평균 조회수 50만건에 육박하는 스마트 국토정보를 통해 무방비로 노출된 국가 보안시설의 규모와 노출 기간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해당 항공사진이 스마트 국토정보 이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 공급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수작업을 통해 일일이 보안작업을 하다 보니 일부 누락이 발생한 것 같다"며 "현재 강원도 이외의 추가 누락 지역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고 노출 기간은 2014년부터 2~4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 국토정보 이외에는 이미 해당 항공사진이 교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국가 보안시설 노출 우려를 이유로 불허했던 국토부가 정작 내부에서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을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시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이 위성영상에 대한 블러 등 보안처리 방안을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지도반출을 불허하기로 했다"며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여건에서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결론 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군부대 등 국가 보안시설에 블러 처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던 국토지리정보원이 오히려 국가 안보에 큰 구멍을 낸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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