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87년 배경 '보통사람', 2017년에 봐도 낯설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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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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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 사람' 스틸 컷 중, 재진 역의 김상호(왼쪽)와 성진 역의 손현주[사진=오퍼스픽쳐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성진(손현주 분)은 아주 평범한 남자다. 월남전에 참전한 것을 자랑처럼 여기고 거짓말을 부끄러워하는 강력계 형사이며 사랑스러운 아내, 아들과 2층 양옥집에서 번듯하게 사는 것이 소원인 소시민이다.

불철주야 범인 검거에 나서던 성진은 우연히 검거한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 분)이 대한민국 최초 연쇄살인범일 수 있다는 정확을 포착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 분)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규남은 성진을 이용해 공작을 펼치고, 성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남의 공작에 깊숙이 가담하게 된다.

한편 성진과 막역한 사이인 열혈 기자 재진(김상호 분)은 정부의 수상한 공작을 눈치 채고, 성진에게 “손을 떼라”며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넨다. 하지만 성진은 다리가 불편한 아들의 수술을 약속 받은 상태.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인 성진은 오로지 가족의 행복만을 떠올리며 불편한 제안을 승낙한다. 그 선택은 오히려 성진과 가족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삶 자체를 위협받기에 이른다.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제작 ㈜트리니티 엔터테인먼트·배급 오퍼스픽쳐스)은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4·13호헌조치를 발표했고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전국 방방곡곡에는 민주화 불씨가 일어났고 변화의 기점이 마련됐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가장 보통의 인물인 성진과 엮이며 더욱 극적인 상황들을 만든다. 관객들은 평범한 한 남자가 권력에 의해 힘없이 무너지고 고통 받는 모습과 실제 역사를 떠올리며 더욱 깊은 감동과 공감, 울분을 함께 느끼게 된다.

놀라운 것은 아픈 기억을 가진 1980년대와 30년이 지난 2017년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및 보통 사람들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여전히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모습도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성진 역에 배우 손현주가 캐스팅된 것은 역시 신의 한 수. 평범하지 않앗던 때, 가장 평범한 남자를 연기한 손현주는 관객들로 하여금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장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규남을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김성호, 라미란 역시 소시민의 얼굴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냈다. 거기에 기획 수사의 최대 피해자인 태성 역의 조달환 역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보통 사람’은 영화 ‘히어로’로 장편 데뷔한 김봉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작이다. 지난 작품을 통해 유쾌하고 따듯한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낸 그는 ‘보통 사람’으로 1980년대 감성과 공감대를 스크린에 풀어냈다. 23일 개봉이며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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