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세기의 담판'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모은 미·중 정상회담. 무역·북핵 문제 등 예민한 의제로 세계 질서 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던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마찰 없이 마무리됐다. 그런 가운데 백악관의 극진한 국빈 만찬과 중국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방카 트럼프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 '대륙의 입맛 고려한 만찬' 트럼프, 쇠고기 수출 의제 고려했을까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를 위해 6일(현지시간) 저녁 만찬 메뉴로 스테이크, 생선, 와인 등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경선 시절 유세 때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만찬 대신 햄버거를 대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백악관에 따르면 만찬 주요리로는 생선과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등 두 종류를 준비했다. 양국 정상이 각각 어떤 메뉴를 선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만찬 메뉴로 오른 미국산 쇠고기가 정상회담의 의제 중 하나로 논의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미국산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수입금지를 해제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만찬에서 미국산 쇠고기 메뉴가 포함된 만큼 향후 쇠고기 수입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경계감 녹인 춤사위' 골프 회동 대신 이방카 효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회담장에 이방카의 자녀들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주들이 참석해 시 주석 일행의 마음을 뺏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와 외손자가 중국민요 '모리화'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화'는 중국의 제2국가로 일컬어지는 대표 민요로,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국가행사에서 들을 수 있다.
외손주들은 이방카의 다섯 살배기 딸 아라벨라와 세 살배기 아들 조지프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아라벨라와 조지프는 시 주석 부부 앞에서 삼자경(三字經)과 당시(唐詩)를 외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NN은 중국에서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이방카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중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데 반해 이방카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방카는 미·중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친중 성향을 갖고 있어 양국 간 경색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USA투데이 등 현지 언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친밀함의 키워드로 표시했던 '골프 회동'은 없었으나 이방카 부부를 통해 새로운 '외교 채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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