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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을 만든 작가가 '두려움 없는 소녀상'의 설치를 허가한 뉴욕시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면서 항의하고 나섰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황소상을 만든 이탈리아계 미국인 조각가 아투로 디 모디카는 황소상 앞에 두려움 없는 소녀상이 설치됨으로써 작품의 창의적 동적요소에 변화가 생겨 예술가로서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다.
모디카의 변호를 맡은 노먼 시걸은 뉴욕시에 소녀상 설치가 어떤 절차를 따랐는지 설명하는 답변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모디카가 뉴욕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예술가 크리스틴 비스발이 제작한 두려움 없는 소녀상은 지난 3월 7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대기업 임원 중 여성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이벤트로 월가에 세워졌다.
팔을 허리에 얹고 당당하게 황소상을 응시하는 자세를 취한 이 소녀상은 설치 직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황소상에 못지 않은 포토존으로 자리잡았다. 수만 명이 소녀상을 계속 보고 싶다는 청원에 서명했고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은 내년 2월까지 약 1년간 소녀상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때 황소상 역시 소녀상과 같은 처지였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모디카의 황소상은 1987년 미국 증시 폭락 이후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 허가 없이 설치됐다가 시민들의 청원으로 계속 머물 수 있게 됐고 이후 미국 자본주의와 월가의 활력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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