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5년째 수익을 내지 못하며 자금난에 시달려온 이탈리아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가 저가항공사와의 경쟁 격화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의 법정관리 기한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7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청산될 운명에 처했다.
알리탈리아 이사회는 2일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법정관리 신청을 결정했다.
이사회는 회사와 노조가 도출한 구조조정 잠정합의안이 지난 주 노조 표결에서 부결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그러나 법정관리 기간에도 항공기 운항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알리탈리아 노사는 1천600명 감원, 임금 8% 삭감을 골자로 한 자구안에 합의했으나, 이 자구안은 지난달 24일 마감된 노조 투표에서 67%의 반대로 부결됐다.
알리탈리아의 지분 49%를 갖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항공사 에티하드와 나머지 지분을 공동 소유한 인테사 산파올로, 우니크레디트 등 이탈리아 주요 은행들은 노조가 자구안에 찬성하는 것을 조건으로 20억 유로의 긴급 회생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노조 표결 부결로 이 회생안은 폐기됐다.
알리탈리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알리탈리아는 당시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청산 위기를 넘겼다.
2002년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알리탈리아는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항공사 에티하드에 지분 49%를 매각하며 기사회생을 노렸으나 국제선은 라이언에어 등 저가항공사에 밀리고, 국내선은 고속철도 등 경쟁 수단에 치이며 또 다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약 6개월의 법정 관리 기간 동안 알리탈리아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되, 만약 인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탈리아 노조는 정부가 자금을 투입해 회사를 다시 국유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알리탈리아에 국고를 쏟아부을 가능성을 배제한 채 법정관리 기간 정상 운영에 필요한 3억∼5억 유로의 브리지론(급전이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도입되는 단기차입금) 제공만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언론은 최근 독일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알리탈리아 인수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루프트한자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하루에 200만 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는 알리탈리아의 자산이 거의 바닥난 데다 항공 시장에서 경쟁력도 높지 않아 인수 주체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 정부로서는 알리탈리아가 끝내 청산될 경우 직간접으로 고용된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뿐 아니라, 2차 대전 후 이탈리아 부흥을 상징하는 회사 중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이라 파산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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