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들은 새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을 앞세워 원점 회귀도 주장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채권단이 요즘 골머리를 썩이는 이유다.
정책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인사가 늦어지면서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해양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성동조선 노조는 최근 수출입은행이 RG 발급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쟁의행위 금지 및 인력감축 등의 자구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경영관리단과 성동조선 노사는 현재 대치 중이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요구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이 신규자금 추가 지원을 전제로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자구계획을 이행토록 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성동조선이 적자를 내도 일단 배를 수주하면 채권단이 빈틈을 메웠다"며 "하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로 자구계획 이행한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자구계획안의 가장 큰 쟁점은 30~50% 규모의 인적 구조조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근로자 수가 생산능력(CAPA)에 비해 많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대로 인적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건조 작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대치하고 있다.
성동조선 노조의 이 같은 주장은 새 정부가 일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힘들 것이란 셈법이 깔려 있다. 시간 끌기에 돌입하면 결국 수출입은행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게 이들의 속내다.
실제로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은 다소 조심스러운 눈치다. 새 정부의 정책에 역행할 수도, 꾸준히 진행해 왔던 구조조정 원칙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 역시 "정부가 일자리-구조조정 문제로 개별 기업마다 관여할 수는 없다"라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원가 절감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원칙론만 주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노조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해 상충 문제가 대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기업 구조조정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구조조정 방식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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