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7일 실시됐지만 야당 3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며 자진사퇴와 청와대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와 야당 간 협치가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야당의 거센 반발에 반해 여성단체와 전직 외교장관 10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경화 구하기'에 나서면서 강 후보자를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10일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강경화 후보자는 오랜 유엔 고위직 근무와 외교활동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사"라며 "주변 4강 외교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제반 외교사안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강 후보자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유엔 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도 국제공조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갈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 참여한 전직 장관들은 김영삼 정부의 한승주·공로명·유종하, 김대중 정부의 이정빈·한승수·최성홍, 노무현 정부의 윤영관·송민순, 이명박 정부의 유명환·김성환씨 등이다.
앞서 9일 여성단체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요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재단, 국제여성총연맹한국본회 등 12개 여성 관련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낙마를 위한 발목잡기보다 유리천장을 깨는 성 평등 시대정신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바란다"라면서 "여성으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르고 당당히 살아온 후보자에 대한 여성들의 기대와 환영을 꺾지 않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 절차 진행과정에서 일부 흠결이 드러났으나 강 후보자는 국민 앞에 정직하게 해명하고 진심으로 사과했다"면서 "강 후보자는 외교전문가이며 성 평등을 위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적절한 인사"라고 역설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구하기'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직접 나서 야당 지도부를 찾아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끌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강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야당 설득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준안 표결 대상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접수된 지 20일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향후 산적한 현안에 야당의 협치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고민이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처지다. 당장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계획돼 있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샌드위치 신세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전직 외교부 장관들이 전폭적으로 '적임자'라고 인정한 인물이 국회가 반대해서 외교부 장관직에 임명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국회가 과연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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