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여의도 정국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의 ‘워싱턴 발언’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개혁진보진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의 예고편”이라고 한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문 특보에 대한 즉각적인 해촉을 촉구했다. 안보 이슈에서 보수와 진보가 두 동강 난 셈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3일부터 미국을 방문한 문 특보는 당시 미국 워싱턴 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을 전제로 한·미 연합훈련 및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미국 측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을 거침없이 얘기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들은 앞으로 있을 여러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문 특보는 전날(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학술회의에 가서 한 얘기를 가지고 왜 이 모양들인가. 나는 학자로서 갔을 뿐”이라며 “나는 특보이지만 교수가 내 직업이다. 내 자문을 대통령이 택할지는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청와대는 달리, ‘문정인 엄호’에 나섰다. 추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특보 발언 논란을 언급하며 “한반도에 가려올 종합적 문제를 미국 조야에 신중히 전하는 게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문 특보를 향해 “용기 있다”고 말한 뒤 보수진영의 한·미 동맹 위배 비판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일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문 특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특보의 발언은 계산된 한·미 정상회담의 예고편”이라며 “문 특보의 발언은 옳았고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합의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 전 대표는 “북핵 문제는 9·19 공동성명으로, 남북문제는 6·15 공동선언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라며 “(결국 해법은) 햇볕정책”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발끈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 특보가 ‘학자로서 얘기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라며 “공인으로서 신분도 모르는 잘못된 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정책위의장은 “당장 대통령 특보직 사퇴하고 학계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발언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청와대를 향해 “문 특보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지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며 “생각이 일치한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파문을 일으킨 문 특보는 당장 해촉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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