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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준호 기자 ]
아주경제 권지예 기자 = 구글이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가운데, '반구글 정서가' 아시아로 확대되며 과징금 등 구글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EU가 막대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조세를 회피하고 있는 구글에게 본격적으로 밀린 세금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며 구글은 총체적 난국을 맞은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7일 미국 IT 기업 '구글'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 한화 약 3.1조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EU 당국은 2010년부터 7년간 광범위한 조사 끝에, 구글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검색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쇼핑, 여행, 지역 검색 등의 서비스에 특혜를 부여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발표 직후 구글은 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법원 제소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의 이례적인 즉각 대응에 업계서는 EU가 안드로이드 OS 선탑재와 애드센스 광고 서비스 등과 관련해서도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배경이 깔려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IT 공룡에 대한 EU의 압박은 이전부터 검색, 개인정보, 선탑재, 탈세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이뤄져 왔다.
2010년 EU는 구글이 검색 결과에 경쟁사를 배제하는 등 검색지배력을 남용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첫 공식 조사에 착수했고, 2012년에는 개인정보정책 시정에 대해 요청한데 이어 구글의 사생활 침해 행위 저지를 위한 국가 간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2013년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자사 앱들을 유리한 위치에 선탑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EU는 구글의 조세 회피에 대해서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자회사를 거쳐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가 없는 버뮤다로 이전하는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 앤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2015년 11월에는 구글을 타겟으로 한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프로젝트가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승인되면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구글세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영국 국세청이 6년간에 걸친 세무조사 끝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구글이 회피한 세금 1억30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을 추징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이탈리아 국세청이 10여 년간 미납 세금으로 3억600만 유로(약 4700억 원)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징되는 세금이 이들 국가에서 구글이 벌어들이고 있는 매출과 수익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실제 영국 당국은 구글과의 세금 합의 이후 자국 내에서 헐값 협상이라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를 통해 자국 내 구글의 매출에 대한 근거자료를 확보하면서 약 10억 유로(1조 3000억원) 이상을 체납하고 있다며 납부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고정 사업장이 없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추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U의 전방위적인 구글 압박 강화와 이를 통한 과징금 부과가 그동안 밀린 세금을 합법적으로 받기 위함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반구글 정서는 아시아 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글로벌 IT 기업들을 겨냥해 빅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대기업이 지배적인 입장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축적하거나 부당하게 활용하는 것을 독점금지법으로 막겠다는 내용으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을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1년여 만의 합의 끝에 구글에 체납세를 추징하기로 협상했다. 지난해 세무당국은 구글이 인도네시아에서 올린 매출 전액을 싱가포르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2015년에만 1조 루피아(약 900억 원)의 세금을 탈루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러시아는 지난 4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에 자사앱 선탑재를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토종 검색 서비스인 ‘얀덱스’의 서비스도 안드로이드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에는 모스크바 중재 법원이 러시아 반독점기관(FAS)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글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 혐의로 7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과 각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EU 집행위원회의 결정과 과징금은 그동안 구글이 자행해온 조세 회피와 밀린 세금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구글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고정사업장이 없는 다국적 기업에 정상적으로 세금을 받기에는 현행법상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반독점법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합법적인 밀린 세금을 받기에 나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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