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경 기자 = 국민의당 지도부가 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거세게 항의하며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의 사과와 함께 당 대표 사퇴에 이어 정계은퇴까지 요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당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과 추 대표가 사퇴, 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오늘 이후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특혜와 관련한 국민의당의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실제로 더 큰 것은 머리자르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진상조사라고 당 자체적으로 했는데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다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도 나름대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진상을 파헤쳤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강제 수사권이 없고 구속상태인 이유미를 조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최종적으로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연 추 대표가 무려 24페이지에 이르는 우리 당 진상조사 결과물을 단 한 번이라도 읽어봤는지 강한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추 대표의 과거 행적을 보면 우리 정치권을 진작 떠났어야 할 분"이라고 비난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주도 후 총선에서 했던 삼보일배,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 제안 등을 거론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추 대표는 민주당 당 대표직에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은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저녁 잡혀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만찬 일정을 취소했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도 불참했다.
추후 구체적인 당 입장은 조속한 시일 내 의원총회를 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 등 여당에서는 여러 채널을 통해 추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개인적 발언'이라며 양해를 구해왔다.
제윤경 민주당 대변인 역시 기자들에게 "국민의당 문제제기에 대해 원내에서 대책 협의중"이라며 "추 대표의 발언은 라디오 인터뷰 내용으로 당연히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꼬리 자르기에 이어 목 자르기 발언은 굉장히 교묘하게 디자인 된 발언"이라며 "판사 출신으로 헛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반복적으로 계속됐다는 것은 엄청난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막말로 유명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빗대 '추테르테'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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