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기자 =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피우는 전자담배’를 규제·단속하기 위해 유해성 평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달부터 다국적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한 유해성 평가에 착수한다.
아이코스는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다른 궐련형(일반담배 형태) 제품으로, 담뱃잎에 직접 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궐련 담배와 달리 전용 담배를 충전식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찌는 방식을 통해 흡연을 하게 된다.
이러한 특징을 통한 흡연 욕구 충족 효과와 깔끔한 제품디자인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자담배계 아이폰’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유해성 우려와 함께 분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흡연 방식과 흡연 충족 효과만 보면 궐련형 담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출시 2개월 만에 아이코스 유해성 평가를 결정한 이유다.
회사 측은 불에 태우지 않는 가열방식으로 증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담배 연기와 비교해 타르 등 유해한 물질이 90% 이상 적게 포함됐다고 설명하며 유해성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식약처는 8월부터 아이코스 사용 과정에서 니코틴·타르 2개 유해물질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집중적으로 검사할 방침이다.
다만 유해성 평가는 제품에 맞는 검사법이 마련돼야 한다. 때문에 식약처는 업체로부터 아이코스 검사법을 넘겨받은 후 타당성을 검토한 뒤 업체 검사법을 채택하거나 자체적으로 검사법을 만들어 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와의 조율을 거쳐 8월부터 가장 핵심적인 유해물질인 니코틴과 타르 성분에 대해서만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앞서 담배 유해성 평가 경험을 갖고 있고 검사 목표물질이 2개이니 만큼 검사법을 만들어서 평가하더라도 8월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해성에 따라 일반 담배로 분류되면 아이코스를 비롯해 이후 출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형성되는 시장은 유해성 이슈로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또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세율로 변경되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반면 업체 주장대로 유해물질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입증되면 시장 규모나 세금 문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AT, KT&G 등도 후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이번 평가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 상황에서 정부가 금연정책을 이유로 세율 조정을 강행하면 흡연자단체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평가가 언제 종료될지, 추후 출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해서도 평가를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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