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은행을 겨냥한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핵 문제 해법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악관이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흘러 들어가는 자금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적인 힘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미국 각료들이 최근 시사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제재에도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면 북한과 거래 중인 중국 기업과 은행이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테러 금융 담당 차관보를 지낸 후안 자라테 등 미국 전(前) 외교 관료들은 북한 압박에 있어 중국 기업과 은행에 대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금까지 양국의 협력이 필요한 지정학적 문제들을 감안해 중국을 자극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 전 행정부에서는 지난 2007년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을 핵협상 테이블에 불러오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제재 수위를 완화한 이후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하자 북한을 압박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 방안이 어떤 수준을 유지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 재부무는 이미 지난달 말 북한의 불법 자금 통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 단둥은행과 미국의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운송업체인 다롄글로벌유니티해운과 중국인 2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당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 북한에 가는 모든 자금을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한 중국은행과 기업, 개인 등에 신규 제재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의 독자 제재가 이미 골이 깊어진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국은 최근 안보리 회의에서도 대북 제재 관련 입장차만 확인했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함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촉구한 반면 중국·러시아가 대화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제재안 마련도 표류중이다.
WSJ가 미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 10여 곳을 조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또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10일 니키 헤일리 유엔주대 미국대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결의안을 몇 주 이내에 안보리 표결에 부칠 방침이라고 보도 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논의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에 몇 주 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독자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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