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어닝시즌이 시작되면서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의 상반기 실적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탔던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률 둔화가 시작되고 분화 흐름도 뚜렷해지면서 주요 상장사의 표정도 엇갈렸다.
우선 지난해까지 14년 연속 중국 SUV 시장 왕좌를 차지한 창청(長城)자동차의 순익이 반토막났다고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창청자동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412억5600만 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 줄었고 판매량은 46만대로 2.3%가 늘었다. 문제는 순익이다. 순익이 24억9200만 위안으로 무려 29.42% 급감한 것이다.
창청 측은 영업수익과 판매량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지출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밝힌 상태다. 주주배당, 신제품 출시에 따른 거액의 홍보비 지출, 연구개발(R&D) 투자 증대 등이 순익 급감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흥업증권은 "창청 재고물량이 거의 해소됐다"면서 "제품생산·판매구조가 개선되고 4분기 WEY VV7과 VV5(9월 출시)의 월 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서면서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업체이자 올 상반기 훌륭한 성적을 거둔 지리(吉利)자동차는 창청에 대해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견제했다. 지리는 "창청의 순익 급감은 지속가능한 전략이 부재하고 너무 오래 조방형 발전을 지속한 데 따른 결과"라며 "창청의 비상을 이끈 하발6(H6)의 교체시기가 오고 해당 모델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지리 자신감의 배경에는 올 상반기 성적표가 있다. 지리의 올 1~6월 누적 판매량은 53만627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무려 89% 급증했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 입어 올해 판매량 목표치도 기존의 100만대에서 110만대로 조정했다.
순익은 100% 이상 급증한 38억2000만 위안에 육박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SUV 보웨(博越) 등 신차가 인기몰이를 했고 제품 생산 등의 구조적 효율을 높여 수익률을 향상시킨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망도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월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 3분기 증가폭이 확대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회상장으로 선전 증시에 안착한 중타이(衆泰)자동차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예상 순익은 2억~2억3000만 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36~516%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판매량은 급감했다. 상반기 순익 증가는 주식 발행 등에 따른 것으로 자동차 시장에서의 성과는 아니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상반기 중타이의 자동차 판매량은 10만6000대로 무려 28.89% 줄었다.
이 외에 이치자동차 산하의 이치세단(一汽轎車)과 이치샤리(一汽夏利)의 올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37.83% 증가와 39% 감소로 완전히 엇갈렸다. 하이마(海馬)자동차의 판매량은 전년 동비 30.63% 급감한 7만대에 그쳤고 순익은 70~95% 감소가 예상됐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자동차 생산·판매랑은 각각 216만7000대, 217만2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5.4%, 4.5%씩 증가하며 3개월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과 비교할 때 시장 수요는 둔화되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산 브랜드를 중심으로 활기를 보였던 SUV 시장의 기세도 크게 꺾였다. 올 상반기 중국 SUV 판매량은 452만6700대로 전년 동기대비 16.83% 늘었다.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지난 2년간 45% 이상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 수요 둔화, 중국 국산 브랜드 강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타격을 동시에 받은 한국 브랜드의 중국 내 실적도 참담하다. 베이징현대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42.4% 급감한 30만1000대로 목표치의 24.1% 달성에 그쳤다. 둥펑웨다기아는 54.6% 감소한 12만9000대를 판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