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원승일 기자=“제대로 된 감독을 해야 잠재된 문제를 밝혀낼 수 있다. 근로감독을 철저히 실시하고, 파급효과를 높이면 사업주의 준법의식도 제고되고 사건 수도 감소할 것이다.”(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현 정부 들어 임금체불 등의 신고가 늘었다. 사람은 적은데 신고사건은 빗발쳐 현장에 못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산재사고는 신속 처리가 중요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감독관이 더 필요하다”(10여년 경력 근로감독관)
지난 18일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취임 3일 만에 부산과 울산 노동청을 잇따라 찾았다. 숱한 지적과 비판에도 개선되지 않는 근로감독제, 즉 '노동행정'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전 장관과 달리 첫 소통대상으로 경영계도, 노동계도 아닌 근로감독관을 택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장관 임명장을 주며 최저임금과 아르바이트비 미지급, 임금체불에 대한 현장 근로감독 강화, 근로감독관 확충을 주문한 것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김영주 장관, 근로감독관 전문성 갖추고 사전예방에 힘써야
김영주 장관은 근로감독관들에게 전문성과 사전 예방을 주문했다. 그는 “근로감독관이 사후 임금체불 사건 해결에 노력하지만 체불은 줄지 않고, 해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연간 2만개소, 전체 사업장의 1%에도 못 미치는 근로감독 역시 형식적 점검과 시정 위주의 조치로 효과를 의심받아 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노동법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경찰’임에도, 전문성이 낮고 권위에만 의존해 노동자 편에 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했다.
그의 지적은 옳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근로감독관들의 속은 들끓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현 인원이 50명인데 한 명이 처리해야 하는 사건만 50건이 넘는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 돼 일·가정 양립은 남의 얘기”라고 토로했다.
2005년 이후 근로감독관의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 임금체불에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적용되면서부터다.
한 감독관은 “근로자가 임금을 못 받고서도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어떤 사업주는 임금을 안 주고 버티다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합의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을 악용하는 것이다. 반의사불벌죄가 도입된 후 상습 체불이 더 늘어났고, 사건 처리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임금체불 사업주도 세급 체납과 같이 번호판 압수, 재산압류 등 다양한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법 개정보다 우선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다.
◆근로감독관 1000명 증원 필수
부산은 도·소매업 등 영세 업종과 조선업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많다. 이들이 타 지역 근로감독관과는 다른 업무애로를 호소하는 이유다.
모 감독관은 "직원이 10명도 안 되는 사업장 중 노동관계법은커녕 근로계약서 쓰는 법도 모르는 곳이 태반"이라며 "임금체불이나 산재가 생겨 시정조치를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우리가 일일이 알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선업 불황으로 2~3년 새 임금체불 사건만 15%가량 늘었다”며 “업무 중 신고사건 처리 비중이 70%가 넘는 상황이라 감독관 수를 늘리는 게 절대적이다. 수사파트와 감독파트를 분리하는 건 다음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근로감독관 수가 최소 2배 이상 늘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의 근로감독관은 총 1705명, 최근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돼 증원되는 수는 200명에 불과하다.
김 장관은 “근로감독관 500명 증원계획을 냈는데 예산절감 문제로 200명만 통과됐다”며 “적어도 1000명 정도는 증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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