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시위에 따른 혼란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증시에 조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CNN머니는 미국 증시에서 트럼프 호재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한 것은 샬러츠빌 사태 후폭풍이었다.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 시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재계 측근들마저 등을 돌린 것.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백악관 경제 자문위 두 곳이 기업 CEO들의 줄사퇴 속에서 해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추진이 트럼프케어 무산으로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친기업 정책 실현에 대한 의구심은 더 짙어졌다.
18일에는 극우파 상징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전격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메리카 퍼스트' 설계자가 백악관에서 이탈하면서 미국의 고립주의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백악관 고위급 인사가 잇따라 변경되면서 정책 불확실성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BK자산운용의 캐시 리엔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증시뿐 아니라 달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자문위 해체를 두고 “기업들이 대통령에게 신뢰감을 가지지 못한다는 근거”라며 “기업 입장에선 경제가 잘 굴러갈 것이라는 확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다우지수는 17일에만 274포인트(1.24%) 주저앉으면서 3개월래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18일에도 76포인트(0.35%) 추가 하락했다. 스페인과 핀란드에서 발생한 테러도 투자심리를 잔뜩 짓눌렀다.
특히 최근 별다른 조정 없이 증시가 상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장이 내심 불안을 키우던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실제로 다우지수는 17일까지 63거래일 동안 1% 이상의 연속 하락 없이 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물론 다우지수는 여전히 역대 최고점 부근을 유지 중이고 올초 대비 10% 가까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신호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8일 장중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도 6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장을 전망하고 있다. 알파인펀즈의 마크 스펠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가 정상 궤도에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여러 정책이 이미 교착상태에 빠졌다. 주가가 추가로 떨어질 경우 심각한 조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QS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노먼 회장 역시 CNN머니에 “증시 밸류에이션이 높고 성장률이 중위 수준에 머물 때 조정장이 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현재 S&P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95배로 역대 평균인 15.5를 웃돈다.
특히 노먼 회장은 ‘블론드 스완’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통 블랙스완은 시장 동요를 일으키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의미하는데 노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색을 빗대어 갑작스러운 트럼프발 악재를 ‘블론드 스완’이라고 표현했다.
향후 기업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도 줄었다. WSJ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은 약 33% 정도였다. 1월 대비 25%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며 2016년 11월 대선 이후 최저 수준이다. 증시가 과대평가됐다고 말한 펀드매니저들의 비중도 사상 최고치로 증가했다.
다만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10% 이상 증시가 추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보스턴프라이빗의 톰 앤더슨 수석 투자자는 "기업 순익이 견조하기 때문에 증시를 뒷받침하는 힘이 강하다"면서 "밸류에이션이 높긴 하지만 시장이 과대평가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