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만에 미 텍사스 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당분간 폭우와 홍수 등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안전을 위해 다수 정유시설이 잠정 폐쇄된 상황에서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의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허리케인 하비가 휩쓸고 간 텍사스 연안 소도시에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약 29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고 다수 건물이 붕괴된 가운데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하비는 미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는 12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지만 텍사스 연안 상륙 이후 세력이 크게 약해져 '열대 폭풍'급으로 등급이 낮아졌다. 그러나 당분간 폭우와 홍수 피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비상사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카고트리뷴은 26일 보도를 통해 "텍사스 만 해안의 주요 석유 및 가스 시설이 일시 폐쇄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홍수 피해 기간과 심각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스 가격은 약 5~25센트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하루 700만 배럴을 정제하는 30개 원유 정제시설이 들어서 있는 멕시코만 연안 유전지대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허리케인 상륙 예보 이후 석유화학공장 2곳과 일부 정제시설이 시설을 잠정 폐쇄했다. 이 지대에서 미국 내 원유 정제량의 3분의 1을 소화하는 만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25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0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0.44달러(0.9%) 높은 47.8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0월물도 약 0.73% 상승한 5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허리케인의 눈은 텍사스 남부 빅토리아에서 40㎞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하비의 진로 예측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도 외신들은 지적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재난당국은 "하비가 오는 29일까지는 사나흘 더 텍사스 주 인근에 머물며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 최악 수준의 물난리를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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