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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끌고 가는 계엄군의 모습 [사진=5·18기념재단 제공]
"데모한 사람이 천벌 받으면 데모를 하게 한 사람은 무슨 벌을 받아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광주 대학생 재식(류준열 분)은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온 서울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에게 이같이 물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37년이 흐른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있는 가운데 발포 명령자 규명 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5·18 당시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 출격 대기 의혹 등과 관련해 국방부에 특별조사를 지시하면서 향후 수사 기관의 재수사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5·18 재수사가 개시되기 위해선 가장 먼저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지난 1997년 대법원이 5·18 광주학살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내란수괴, 내란목적의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다.
내란수괴와 내란목적의 살인죄는 모두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하게 돼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249조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15년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5년 검찰이 5·18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으나, 국회는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과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형법상 내란죄·외환죄, 그리고 군형법상 반란죄·이적죄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일반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해 헌재는 이듬해 2월 "왜곡된 한국 반세기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과 집권과정에서의 헌정질서파괴 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해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중대한 공익이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5·18처럼 정부 차원에서 벌어진 군사적 폭력 행위에 대해선 시효가 지났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불법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시효가 정지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5·18 특별법이 적용될 당시에도 학계에선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소시효가 진행 중이었던 거면 모를까 이미 완성된 것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법률상 불소급원칙에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번 재판받은 사건은 다시 재판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문제를 비껴가기 위해선 다른 죄, 즉 추가범죄를 찾아내야 한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내란수괴 등 혐의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에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으나, 같은 해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5·18과 관련된 추가 증거는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월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 100여개의 발사각도 분석 등을 통해 헬기 사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1일엔 1980년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에서 F-5E/F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한 김모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5·18 사나흘 뒤인 5월 21일에서 22일 사이 비행단 전체에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5·18 당시 광주에서 실탄 장전과 발포 명령 하달, 전남 목포에 해병대 병력 배치 계획이 기록된 505보안부대 기록과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51만 발이 넘는 각종 실탄을 사용했다는 군 기록문서 등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노 변호사는 "5·18 조사 후 불법적 사안이 추가로 밝혀지면 정부 측에서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며 "5·18이란 게 특정한 시점에 한 번만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조사·수사·재판의 범위가 겹치지 않으면 재수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으로 전 전 대통령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다른 인물이 관여해서 불법적 행위를 했다고 하면 그 사람들에 대해서 수사나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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