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을 만나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간간히 듣는 말이다.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도전적인(?)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러 ‘위해성’ 이슈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팽배해지는 사회적 불안이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류영진 처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세운 이후부터 각종 사고와 파동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질소주입식품 ‘용가리 과자’로 인한 위장 천공, 유럽 이슈로 시작된 살충제 검출 계란과 E형간염 바이러스 검출 소시지,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등 최근 몇 달 새에만 수차례 위해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해외 이슈 발생 후 식약처가 국산 계란에는 살충제가 없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살충제 검출 계란이 확인되면서 식품 안전을 둘러싼 국민 불안이 크게 형성됐다. 이후 살충제 검출 계란을 섭취해왔더라도 위해성은 없다는 평가결과가 발표됐지만, 소비에 대한 불안 심리는 여전했다.
이처럼 ‘안전’이 최대 화두가 된 상황은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발암물질이라는 개념은 국민 불안을 자극시키기 충분했고, 논란이 중심이 된 업체 깨끗한나라는 제품 회수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생리대 논란은 과포장됐다. 사실상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워낙 소량이고 휘발성 물질이라 착용 전 대부분 기화되는데다, 피부로 흡수되는 것은 먹는 것에 비해 체내 유입이 적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생리대에 있는 휘발성물질 논란은 다뤄진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과 생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호르몬만으로 생리대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도 1급 발암물질이니 말이다.
과도하다해서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국민 정서가 문제는 아니다. 위해성 논란이 일더라도 논란보다 보건당국을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국민들이 위해성 논란에 냉정하게 접근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변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