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8·2 부동산 대책’ 발표 6주만에 상승전환했다.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 후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장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정부가 또다시 추가 대책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상승했다. 8·2 대책 이후 5주 연속 하락하던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상승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114 조사에서는 5주 연속 하락세를 걸어온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6주 만에 첫 상승 전환(0.11%)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가 50층 재건축 허용 기대감에 일주일 사이 시세가 1000만~5000만원 가량 오르면서 그간 하락세를 잇던 재건축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로또 아파트’ 열기가 확산되며 기대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데다, 가을 이사철 성수기를 맞아 일부 실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지난 15일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는 185가구 모집에 총 7544명이 접수,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7일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 한신6차 재건축)’ 분양에서는 1순위 98가구 청약 접수에 총 1만6472명이 몰리며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최고 청약경쟁률(평균 168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510대 1에 달했다.
두 단지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인하 압박에 주변 아파트와의 시세 차이가 벌어지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 청약 대박을 터트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상승 분위기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강남 재건축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며 “국지적인 가격 상승세를 두고 8·2 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기대했던 시장 반응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추가 대책 준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후속 대책은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이다. 지난 5일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 국토교통부는 “인천 연수구와 고양 일산 등 전국 24개 지역을 집중 모니터링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의왕(0.11%)과 안양(0.09%), 인천(0.06%) 등이 후보 지역으로 거론된다.
다음 달로 발표가 연기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금융 부문을 더 옥죌 가능성도 크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전국 확대와 함께 신규 대출 시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을 DTI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추가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지만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같은 당의 우원식 원내대표가 보유세 강화를 거론하며 정부를 압박했으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는 시간문제로 보인다”면서 “여전히 일부 지역은 8·2 대책의 여파가 큰 상황이라 보유세 인상 등 강력한 카드가 나올 때는 시장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추가 대책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 후속 조치를 내놓은 지 2주밖에 지나지 않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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