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이 디지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역량 강화에 나선 이후 올해는 출퇴근 자율화까지 단행, 디지털 기업문화 육성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7월 임직원이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플렉스 타임(Flex Time)' 제도를 시행해 2개월 이상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다. 복장 자율화인 '뉴 오피스 룩(New Office Look)'과 임직원이 스스로 점심시간을 결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플렉스 런치(Flex Lunch)' 제도를 안착시킨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이는 최근 정 부회장이 경영키워드로 제시한 '디지털 현대카드'와 맞닿아 있다. 디지털사업본부를 신설해 역량 강화에 나선 이후 기업문화도 이에 맞춰 육성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9월 전략기획본부 소속 디지털기획실·개발실 등을 디지털사업본부로 이동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행보에 카드업계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과거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현대카드를 단숨에 2위까지 성장시킨 정 부회장의 경영 혁신이 또다시 성공할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취임한 2004년 현대카드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시장점유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고, 당기손손실이 627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혁신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카드는 물론이고 광고, 서비스, 업무 전반에 디자인을 입혔다.
그는 취임 직후 카드 디자인에만 1억원을 투자한 '현대카드M'을 시작으로 줄줄이 히트상품을 만들어 현대카드의 점유율을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카드 디자인에 크게 투자하지 않았던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문화 마케팅도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테니스 경기를 시작으로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폴 매카트니 등을 초청한 '슈퍼콘서트'를 시작해 소비자에게 현대카드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 같은 혁신 경영은 실적과도 연결됐다. 취임 당시 순손실을 기록하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19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 스타일로 혁신가 이미지를 굳힌 정 부회장이 새로운 화두를 제시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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