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문턱에서 몇 번이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IPO 주관사 선정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을 취소하고 이전에 큰 소득 없이 마무리했던 자본확충 컨설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교보생명이 다시 한 번 IPO를 미루기 위해서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 등에 '최적자본구조 구성방안'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번 컨설팅은 최근 구체화되던 IPO 대신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 교보생명은 지난 8월 계획하고 있던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 발송 철회 결정을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는 컨설팅으로 IPO 이외에 마땅한 자본확충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 3월에도 크레디트스위스 등을 대상으로 유사한 자본확충 컨설팅을 의뢰해 그 내용을 송부 받은 결과 참신한 방안이 없다며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컨설팅을 종료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를 놓고 보험업계와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다시 IPO를 연기하려 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FI의 IPO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서 실속 없는 컨설팅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FI 사이에서도 IPO를 매번 연기하기만하는 교보생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된 어피너티컨소시엄을 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면서 2015년 9월까지 회사를 상장해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속됐던 교보생명의 상장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까지 다시 한 번 IPO를 약속하면서 FI의 이탈을 한 차례 더 막았다. 약속했던 기한이 다가오자 IPO를 포함한 모든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이유로 올해 초까지 자본확충 컨설팅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IPO 문턱에서 연기가 반복되면서 교보생명의 FI가 엑시트를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IPO 약속만 믿고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M&A 업계에서는 교보생명 FI의 엑시트 관련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어피너티컨소시엄(보유지분 24%)이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 회장이 본인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국내 은행에 대출을 받아 FI의 지분을 되사려고 했으나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면서 무산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공식적으로 교보생명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물밑에서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FI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성공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 가치가 대부분 FI가 투자했을 당시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향후 IFRS17(국제회기계준) 도입 등 건전성 규제 강화 영향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FI가 최소 지분 매입가로 주식을 매각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사 M&A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최근 생명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좋지 않아 지분 매각이 수월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IFRS17 도입 시 교보생명에 대규모 자본이 사라진다는 분석이 많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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