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불발로 부담이 더욱 커진 산업은행은 경제논리로 접근해줄 것을 당부했다.
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중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 달 예비 입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9월 말에 매각 공고를 내기로 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실사 완료 후 품의서를 받고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계획대로 실사 등을 9월 말께 마무리했지만 내부 사정상 검토 및 보고 등이 늦어졌다"며 "시기적으로도 황금연휴가 끝나고 매각 공고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은은 KDB밸류제6호사모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대우건설 보통주 2억1100만주(지분율 50.75%)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은 2011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매입했다. 대우건설 매각은 이 주식을 파는 것이다.
매각 작업은 지난해에도 진행됐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지난해 3분기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불확실성 해소가 우선이 됐다. 이에 잠재적 부실로 지목된 미청구공사 대금을 손익에 반영하는 등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해 논란을 잠재웠다. 최근에는 박창민 전 사장이 임기 1년여 만에 사퇴하면서 오너 리스크도 덜었다.
문제는 가격이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주당 7000원대로 산은이 인수할 당시(1만8000원)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은은 그동안 대우건설을 매력적인 매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 주가는 올해 초보다 1주당 2000원 정도 올랐다. 하지만 최근 3년래 최고가보다도 낮다.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주가 전망이 마냥 밝지도 않다. 그럼에도 산은은 매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가 하락 등의 문제가 있지만 예정대로 (대우건설)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며 "순차적인 절차를 거쳐 목표컨대 내년 초에는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우건설 매각도 금호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해외 자본의 유입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과거 경험이나 규모, 미래 가치 측면에서 해외 자본이 더 낫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온다. 사실상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을 온전히 인수할 만한 규모의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처럼 대우건설도 매각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해외 자본을 무조건 견제하거나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벌이는 협상에 색안경을 쓰고 보는 등의 태도는 지양해 달라고 전했다.
산은 관계자는 "늘 그렇듯 매각 성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러 선입견을 배제하고 경제논리로 봐 달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