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2회 BIFF' 개막작 '유리정원'…판타지를 입은 현실의 잔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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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0-1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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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리정원' 스틸컷 중, 재연 역의 문근영[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무명작가 지훈(김태훈 분)은 오랜 시간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사랑하는 연인마저 떠나버리자 ‘신작’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과학도 재연(문근영 분)의 삶을 훔쳐보게 된 그는 기구한 삶에 영감을 느낀다.

재연은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오로지 사랑하는 이와 나무들 곁에서만 자유롭고 평안해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 후배에게 연구 아이템을 빼앗기고 배신까지 당하자 어릴 적 살았던 숲속 유리정원으로 도망친다. 지훈은 스스로 고립하며 살아가던 재연을 찾아가고 그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지훈은 재연의 삶을 훔쳐 소설을 완성한다. 나무에서 태어나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관해 쓴 소설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이러한 가운데 재연은 충격적 미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 사건이 지훈의 소설과 동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은 떠들썩해진다.

영화 ‘유리정원’(제작 ㈜준필름·배급 리틀빅픽처스)은 ‘순환선’, ‘명왕성’, ‘마돈나’ 등 다수의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다.

앞서 신수원은 현실성이 돋보이는 소재를 일상 속 판타지에 접목해왔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유리정원’은 판타지적 요소에 현실적 공감을 끌어내며 영화적 서스펜스를 이어간다. 엽록체를 연구하는 과학도라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소재로 시작해 나무에서 태어난 아이, 초록의 피 등 환상성을 배치, 몽환적 분위기를 구축한다.

그럼에도 신수원 감독은 영화의 판타지를 강조하기보다 극 중 인물이 처한 현실의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에 몰두한다. 판타지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설과 현실을 오가고 인물이 겪는 혼란과 갈등, 현실 상황을 비춘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눈길을 끈다. 세상에 상처받고 숲으로 숨어버린 재연 역을 맡은 배우 문근영은 뒤틀린 현실에 상처받은 인물의 면면과 더불어 번뜩이는 광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또 무명작가 지훈을 연기한 김태훈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지훈을 표현, 그가 가지는 다양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현실성을 끌어올렸다면 극의 배경이 되는 숲은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풍경으로 영화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재연이 숲으로 들어가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만큼 숲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특성, 이미지 역시 중요했던 상황. 제작진은 강원도부터 전라도, 제주도까지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경상남도 창녕의 우포늪 근처까지 가게 되었다고. 결국,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숲을 발견해 촬영을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덕분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공간을 창조해냈고 또 하나의 배우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는 25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16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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