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을 수반하지 않는 액면분할은 물량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액면가만 일정비율로 낮춰 주식 수를 늘리는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자본금)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없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식품 주가는 액면분할로 거래를 재개한 10월 25일 액면분할 기준가(279원) 대비 26.62% 상승했다. 같은날 서울식품 우선주는 가격제한폭까지 뛴 6260원으로 마감했다.
서울식품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주당 액면가를 2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 유통주식 수를 이 비율만큼 늘렸다.
액면분할은 주식 유동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황제주로 불리는 고가 종목은 거래소에 의해 액면분할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아왔다. 일반인이 가격 부담 탓에 투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서울식품뿐 아니라 올해 들어 액면분할을 실시한 다수 종목이 줄줄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머티리얼 주가는 액면분할로 다시 상장한 첫날인 5월 18일부터 12% 넘게 하락했다. 액면분할을 결정한 날인 2월 23일에 비해서는 25%가량 내렸다.
동원과 엔시트론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을 실시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먼저 동원 주가는 변경상장한 9월 12일 4480원에 비해 현재 약 9% 떨어졌다. 엔시트론도 변경상장한 다음에 21% 넘게 밀렸다.
거래소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고가종목을 중심으로 액면분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한 환산주가를 내놓아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반면 주요 증권사는 막연히 액면분할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가치와 별개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액면분할을 실시한 상장사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곳도 많다. 코오롱머티리얼은 상반기에만 16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도 186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회사가 적자를 내면서 유통주식 수를 늘리는 바람에 물량 부담과 주가 하락이라는 부작용만 낳은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부양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액면분할을 택하기도 한다"며 "실적이 나쁜 곳도 적지 않은 만큼 재무제표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