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사정 칼날 위에 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과 검찰이 수차례 건설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공포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사정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건설사 3곳이 비리 혐의로 잇따라 경찰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뇌물, 청탁 등 그동안 건설업계에서 비리가 만연했다는 판단에 따라 사정당국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건설은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기지 공사 수주와 관련해 수십억원대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지난 1일 본사가 압수수색당했다. 이어 곧바로 뇌물 의혹에 연루된 현직 임원이 구속됐다.
롯데건설의 경우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과정에서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따라 경찰이 지난달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대림산업 역시 전·현직 임직원이 하청업체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이번 정권 들어 건설사에 대한 사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지난 7월에도 금호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사정 칼날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재건축 사업장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 수주에 있어서 건설사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는지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건설사들 역시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업을 수주할 때 암암리에 몇 천만원씩 오고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액수가 커졌다"면서 "사정당국에서 본격적으로 이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어 다른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몸을 사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눈치다. 특히 과열됐던 재건축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현대산업개발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됐다.
또 일각에서는 수사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건설사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찰에 이어 곧바로 검찰이 나선 만큼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경찰과 검찰이 앞다퉈 기업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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