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항암제 분야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다수가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한미약품·JW중외제약·종근당 등은 항암제 개발에 비교적 한 발 앞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항암제는 신약개발 성과에 앞서 있는 다국적제약사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다.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기존 약을 온전히 뛰어넘는 혁신적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개발해 내더라도 개발비 회수를 위해 높은 가격으로 팔게 되면 저렴한 기존 약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항암제는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늘리기 위한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고, 현재도 혁신성을 인정받은 신약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또 암이 중증질환이니만큼 고가약으로 평가되는 데에도 비교적 사회적 거부감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뒤늦게 신약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도 이런 추세에 맞춰 항암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5년 수조원대 신약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성공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트렌드를 일궈내는 데 기여한 한미약품은 항암제 분야에서도 최근 폐암 표적항암제 ‘올리타’를 출시하면서 앞장서고 있다.
올리타는 국내에서 개발된 표적항암제로는 두 번째다. 최초는 일양약품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다. 다만 올리타는 국산 폐암 치료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국내 암환자 사망원인 1위다.
JW중외제약과 종근당도 표적항암제 신약을 여러 암에 걸쳐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두 제약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는 효과·작용기전 등에서도 신약 혁신성이 인정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Wnt(윈트·Wnt/β-catenin) 표적항암제 ‘CWP291’을 개발 중이다. CWP291은 암 재발·전이를 일으키는 암줄기세포를 사멸시켜 근원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미국 MD앤더슨병원과 국내 주요병원 등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 임상시험이 완료됐고, 현재 다른 약물과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다발골수종과 위암에도 1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종근당은 현재 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물질만 4개다. 이 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경구용(입으로 복용하는)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CKD-516’이다.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종양혈관만을 파괴해 암세포 괴사를 유도한다. 1상 임상시험 후 현재 대장암에 대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에스티·일동제약 등도 경쟁력을 갖춘 면역항암제 개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MerTK(Mer 티로신 키나제)에 작용하는 면역항암제 ‘DA-4501’을 개발 중이다. MerTK는 암세포에 면역억제반응을 일으켜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 후보물질 탐색단계인데도 미국 제약사 애브비 자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일동제약도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인 ‘IDF-1177’과 ‘IDX-1197’을 개발하고 있다. IDX-1197은 암 세포 성장에 기여하는 PARP(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를 저해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 2단계 과제로 지원되고 있다.
매출 상위사인 유한양행도 폐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1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녹십자 역시 면역항암제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항암제 임상시험은 전체 628건 중 202건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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