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뒤돌아보며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떠올린다. 진부한 얘기지만, 연말에는 올해 10대 뉴스나 토픽이 신문 지면을 채운다. 내년에는 더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덕담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올해 한국경제는 시종일관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초부터 국정농단으로 암울했던 경제성장률이 5월 조기대선 이후, 분기를 거듭할수록 상승곡선을 그린 부분은 고무적이다.
주춤했던 수출전선은 반도체에 힘입어 옛 명성을 회복했고,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간 내수시장도 예상외로 선방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3%대 달성을 이뤘다.
새 정부 출범 후 어수선하던 정국도 안정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아직까지 J노믹스에 대한 실체를 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채웠다는 평가다.
정부에서는 일찌감치 경제성장률 3%대 달성에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지난 4년간 2%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니, 자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 2년 연속 3%대 달성이라는 대승적 목표를 내세운 여당과 정부가 과연 이 목표치를 내년 연말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세우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 외양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내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경제분야에서는 마치 꼬인 실타래가 풀리듯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면을 짚어보면 정부도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팍팍한 서민가계와 청년고용은 내년에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에도 웃지 못하는 서민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정책이 내년에 쏟아져야 하는 이유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것도 한국경제의 큰 변수로 꼽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년 한국경제 키워드로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청년 고용을 비롯한 '일자리'와 벤처‧창업을 장려하는 '혁신성장'이다. 이 두 가지는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과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긍정적 키워드로 구분된다. 나머지 하나가 바로 ‘저출산’이다.
김 부총리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출산을 화두로 꺼냈다는 것 자체가 의외다. 저출산과 경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저 사회적 문제로 치부됐던 저출산이 당장 한국경제에 영향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고용 없는 성장 등 어려운 고용여건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등도 우리 경제 사회를 위협하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에 대응하고자 일자리, 혁신성장, 저출산 등에 대비하는 중장기 대비 등에 중점을 두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10년, 짧게는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저출산이 한국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힘들다. 경제전문기관에서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3%대를 내다본 곳은 없다. 그만큼 여러 가지 대내‧외 변수가 즐비하다.
그럼에도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년 연속 3%대 달성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부 정책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한국경제는 2010년 이후 이렇다 할 희망가를 불러보지 못했다. 매년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다 잡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날려버렸다.
2%대 저성장 터널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온전하게 저성장 기조를 탈출한 것도 아니다. 내년에야 비로소 한국경제 곳곳에서 “이제는 허리 펴고 웃을 수 있겠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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