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과 관련, 개발이익은 반드시 환수하고 재건축 시기를 조절해 집값 안정을 꾀하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이 집값 불안정의 책임을 서울시의 주택정책으로 돌리며 박원순 서울시장 흠집내기에 나서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브리핑을 열고 “재건축 등으로 인한 개발 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노후지역 기반 시설 확충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사용하겠다”며 “구청장이 부과하지 않는다면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해 이행명령 조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강남에서 최대 8억원의 세금을 내는 단지가 나올 수 있다는 국토부의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1일 국토부는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함에 따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15개 단지 조합원의 1인당 부담금을 추정한 결과 평균 4억3900만원이 나왔으며, 가장 부담금이 많은 곳은 8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국장은 “서울시는 이미 국토부와 별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건축 부담금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자치구 설명회를 갖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유예기간이 종료된 만큼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말 서울시가 재건축에 대한 인허가를 내준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늘어난 것이 현재 부동산 시장 불안의 주요 원인이 됐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지난 21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와 강남 4구 구청이 지난 1년간 초과이익환수제가 실시되기 전 집중적으로 재건축 허가를 내준 것이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주장했으며, 다음 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와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 집값을 잡는 데 어렵다는 얘기를 관료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 국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시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재건축 연한을 단축했다”며 “앞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속도 조절을 통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양용택 도시계획 과장도 “서울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0년대 잠실 등 강남에 대한 구획정리사업이 진행됐고, 이후 1980년대 초 개포동과 고덕동·목동·상계동 등에서 사업이 이뤄졌다”며 “정부가 30년으로 재건축 연한을 줄이면서 현재 이들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사업이 일어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앞으로 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을 통해 집값 안정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국장은 “인허가 기관인 각 자치구와 협의를 통해 관리처분 인가 과정 속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정비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징수 외에도 △무기한 부동산 투기 단속 △투기 수단으로 재건축 악용을 막기 위한 협력 △재건축·재개발 조합 투명성 확보 △공공주택 확대 등 5가지 방법을 동원해 중앙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시는 민생사법경찰단 내에 ‘부동산 불법행위 수사팀’을 구성해 19일부터 시·구 직원 123명에 대해 수사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시는 △청약통장 불법거래 △실거래가 허위신고 △분양권 불법 전매 등 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며, 국토부와 국세청·검찰에도 수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 동안 5개 조합에 대해 실시한 실태 점검에 이어 시공사의 이주 촉진비와 초과이익 부담금 대납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국토부는 이는 위법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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