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 은행들이 잇달아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자본 확충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다.
중국 5대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이 지난 12일밤 1000억 위안(약 16조8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중국 본토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될 것으로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등 현지 언론들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농업은행은 모두 275억주 신주를 발행해 유상증자한다. 신주 배정 대상자는 7곳으로, 각각 중국 국부펀드인 중앙후이진(匯金)공사, 재정부,중국연초총공사(담배공사), 신화보험, 중웨이(中維)자본, 상하이하이옌(海煙)투자관리공사 등이다.
농업은행은 조달한 자금을 모두 핵심기본자본을 확충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농업은행 자본충족률, 기본자본충족률, 핵심기본자본충족률은 각각 13.4%, 11.23%, 10.58%로 관리감독 기준보다 모두 2%포인트 남짓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이 금융 디레버리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면서 은행 자본 압력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들은 그 동안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 부외거래를 통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대대적으로 디레버리징 정책 아래 은행들이 부외거래도 대차대조표에 편입시키면서 자본 압박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은행권 자본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신용 위험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비상시 이를 상쇄할만한 은행권 자본이 부족하다는 게 IMF의 판단이었다.
세계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그림자은행에 대한 고삐를 조이면서 은행 대차대조표 상 대출이 늘어나 은행권 자본과 이윤을 깎아먹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향후 수년간 매우 많은 부외자산이 대차대조표에 편입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최근 중국 금융당국도 잇단 조치를 통해 은행권들이 자본을 확충해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업은행이 대규모 유상 증자 계획을 발표한 12일 인민은행을 비롯해 은행·보험·증권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보감회·증감회), 국가외환관리국이 공동으로 '상업은행 자본수단 혁신 지지에 관한 의견'을 발표해 은행권의 자본충족 수단 혁신을 지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을 충족하도록 장려한 게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인민은행은 은행권 자본 충족을 위한 채권 발행 기준을 완화하고, 또 특정한 조건 아래 채권 탕감이나 주식전환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28일엔 은감회가 상업은행의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비율도 기존 150%에서 120~150%로 인하했다. 부실 대출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일정 비율 자금을 쌓아놓는 게 대손충당금이다.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비율을 낮추면 그만큼 은행들의 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올 들어서 농업은행을 포함해 중국 본토은행들이 공개한 자본재조달(再融資·리파이낸싱) 규모만 4000억 위안이 넘는다. 구체적으로 평안은행 560억 위안, 민생은행 푸둥개발은행 광대은행 500억 위안, 중신은행 400억 위안 등으로, 이들은 전환사채, 우선주, 신주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