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만난 전직 국정원장 3인방 "국정 운영 위해 특활비 올렸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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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8-03-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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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특활비 용도는 국외 정보 및 대공 정보와 방첩 등으로 명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장들이 청와대에 돈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포함한 피고 측 변호인들과 검찰이 특수활동비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한 공방을 벌였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각각 31대에서부터 33대까지 국정원장을 지냈으며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건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과 향후 임기 보장, 국정원의 편의 등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각각 6억, 8억, 21억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남 전 국정원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장에게 주어진 특별사업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은 반성하고 있지만 대가성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남 전 국정원장은 최고중심기관인 청와대에서 국정운영을 위한 예산으로 사용할 것을 바라고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것”이라며 “이를 뇌물로 보는 것은 고작 막연한 기대감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법리적으로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특가법 중 국고 등 손실 혐의에 대해서도 남 전 국정원장이 회계 사무를 집행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 변호인도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 입장에서 용처와 관련한 엄격한 규제나 규범이 없었다”며 “국가 전체 중 다른 곳에 사용됐더라도 광의로 보면 특수활동비 사용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의를 입고 입장한 이 전 국정원장은 “올려드린 돈이 제대로 된 국가를 위해 사용됐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반대로 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며 “이런 자리에 오게 된데 국민들게 송구스럽고 책임이 있다면 기꺼이 지고 싶다”고 밝혔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변호인도 “국정원에서 전임부터 해왔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도 요구해서 당연히 국정 운영에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뇌물이나 국고손실이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국정원장은 특수활동비의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이었다면 그 분이 이 자리에 섰을 것이다. 내가 부패해서가 아니라 미비한 제도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이 얼마나 엉터리면 대통령에게 국정원장 세 명이 뇌물을 바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검찰은 서증조사를 통해 “대통령은 국정원의 인사, 예산에 관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업무적으로도 국정원장은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데 국정원장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은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고 정당한 금원이라면 청와대 뒷골목에서 은밀한 방법을 통해 전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수사보고서를 통해 특수활동비의 용도가 국외 정보 및 대공 정보와 방첩 등으로 명시가 됐기 때문에 용도를 더 확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계속해서 활동비의 사용처를 입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기치료, 옷값 등이 현금으로 지급됐던 증거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검찰이 설명하는 부분이 증거사실과 관련해 심증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증거가 직간접적으로 파악되는 범위 내에서 한정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한편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과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특가법 위반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섰다.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기조실장은 “제가 잘못한 부분 때문에 다른 원장님께서 고초를 겪게 되신 것을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특수활동비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원종 전 비서실장 측은 “업무상 횡령된 돈에 대해서는 별도로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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