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의 한한령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 내 현지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版號)'를 발급 받은 건수는 0건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한 '크로스파이어:창전왕자' 이후 1년이 넘도록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넷마블의 흥행작 '리니지2 레볼루션(레볼루션)'을 비롯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일찌감치 중국 판호 신청을 했지만, 여전히 발급은 요원한 상태다. 대형 게임사들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사실상 체념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게임의 흥행주기를 놓치고, 소스코드를 빼돌린 짝퉁 게임들이 중국 현지에서 유통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2017년 국내 중국 모바일 게임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 수는 136개로, 전년대비 약 19%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랭킹 톱(TOP) 20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 수는 전년도 11개에서 16개로 증가했으며, 이들 게임의 연간 총매출액은 74% 늘어난 19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들이 판호라는 장벽에 장기간 막히면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게임들이 별다른 제재없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 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게임시장(126조원)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는 "한한령 시행 이후 한국 게임들은 공백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 게임들은 일취월장하며 뻗어나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에로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업계 스스로도 남미 혹은 중동 등 새로운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