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2주간 원화 가치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서는 2번째, 전 세계 127개 통화 가운데서도 7번째로 높았다.
그럼에도 외환당국이 4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 함부로 개입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일 외환시장과 블룸버그 집계 등에 따르면 6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9.6원에 마감했다. 이는 2주 전인 지난달 23일 대비 1.16%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G20 국가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절상률이 높은 것은 멕시코 페소가 유일했다. 페소화 절상률은 1.27%였다.
캐나다 달러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가치는 각각 0.87%, 0.58% 상승했다. 호주 달러(0.35%), 영국 파운드화(0.31%), 인도 루피화(0.12%), 중국 위안화(0.10%),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07%), 아르헨티나 페소화(0.03%) 가치가 소폭 올랐다.
반면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일본 엔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전세계 127개국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모잠비크, 트리니다드, 콜롬비아, 조지아, 멕시코, 말레이시아의 뒤를 이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달러 약세에 환율 조작국 지정 부담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남북 화해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시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 다음 날이자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고개를 든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무역법 301조에 따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달러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 4월로 접어들면서 당국이 환율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자 원화가 더욱 강세를 보였다.
이달 1일 한국 공연단이 13년 만에 북한 평양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북한 리스크가 수그러든 것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보고서 발표까지 원화 강세 경계감을 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북한과의 화해 무드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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