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 대표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과 중국과학원이 베이징에서 전면적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헝다는 향후 10년간 무려 1000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과학원과 중국 3대 과학연구기지 조성에 나선다. 이는 헝다가 하이테크 분야에 내딛은 첫 발걸음으로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기가 끝나며 '질적성장'이 강조되고 당국이 첨단·’신흥산업 발전을 통한 신(新)성장동력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이처럼 중국 굴지의 부동산업체가 첨단과학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가 12일 보도했다.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은 지난달 26일 실적발표회 현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헝다그룹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진격해야 한다"며 "새로운 전략, 새로운 청사진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하이테크 산업 육성과 진출로 이후 20여일 만에 중국과학원의 손을 잡은 것이다.
쉬 회장은 9일 협약 체결식에서 구체적으로 생명과학, 우주항공, 집적회로(반도체), 양자과학기술, 신에너지, AI, 로봇, 현대 과학기술 농업 등 분야에서 중국과학원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첨단기술 산업에 손을 뻗은 기업은 헝다만이 아니다.
헝다와 함께 중국 3대 부동산개발업체로 꼽히는 비구이위안(碧桂園), 완커(萬科)는 물론 화룬(華潤), 중하이(中海) 등 굵직한 기업들이 수천억 위안을 투자한 상태다.
스마트홈, 스마트 비즈니스, 친환경 건축 등 분야와 하이테크 산업단지, 하이테크 마을 조성사업 등이 주요 투자대상으로 파악됐다.
신문은 최근 중국 30대 부동산 업체가 스마트홈이나 스마트 로봇 개발·응용 시장에 진출했으며 상업용 토지, 장기임대 아파트, 물류자산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커의 경우 전담 부서를 신설해 스마트 로봇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대표 가전업체이자 독일 쿠카를 인수해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메이디(美的)와 손을 잡았다. 비구이위안과 메이디는 지난해 11월 협약을 체결하고 산업·도시 융합발전, 하이테크 마을, 스마트 가전, 스마트홈, 해외 사업 등에서 협력 중이다. 메이디 외에 시스코, 폭스콘, 칭화대 등도 비구이위안의 주요 파트너다.
화룬부동산은 지난해 9월 칭화대 선전(深圳)연구원의 리허커촹(力合科創)그룹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과학기술 혁신, 인큐베이팅, 산업연맹 형성, 하이테크 산업단지 개발과 자본연계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전개하고 있다.
뤼디(綠地)그룹은 상하이교통대학교 산업투자관리유한공사와 함께 혁신플랫폼을 설립하고 교통대가 가진 기술력과 산업 비교우위, 뤼디그룹의 막대한 자본과 시장 비교우위를 결합한 '하이테크 산업단지 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개발업체가 하이테크 분야로 눈을 돌리며 외도를 하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연관된다. 지난 몇 년간 대도시 부동산 붐으로 부동산개발업체도 실적 고공행진을 지속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당국이 부동산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강도를 높이는 분위기로 수요 감소와 함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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