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한국 기업들의 이름이 걸려 있고 마천루가 즐비해 '호찌민의 광화문'으로 통하는 응우옌후에 거리. 한국중견기업연합회(AHPEK)와 (사)한·베경제문화협회(KOVECA·코베카)가 공동 주최한 '2018 한-베트남 경제협력과 베트남 투자 포럼'은 이곳에 있는 90여년 역사의 유서 깊은 렉스 호텔에서 열렸다. 본격적인 포럼이 시작되기 전부터 행사장 주변은 국내외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한·베트남 경제 교류와 베트남 투자에 대한 관심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베트남 관계자 수백명 참석··· 현지 언론도 주목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포럼에는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김창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조봉환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해 베트남 경제·투자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핵심 정부 기관인 기획투자부(MPI)의 리꽝만 차관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롱반뚜 세계무역기구(WTO) 베트남대표 및 전 베트남 무역부 차관도 기조강연을 통해 한·베트남 양국의 미래 협력 방향에 대해 조명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 협력 현황과 향후 관계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이번 포럼에는 수백명의 정부·재계 관계자와 투자가들이 참석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 참석자들은 현장에 배포된 '아주경제 한국어-베트남어 특별판'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신문에는 대한민국 '신(新)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로 부상한 베트남과 한국 간 경제 협력에 대해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발간한 것으로, △양국 교역·경제협력 현황 △베트남 부동산·IT 투자 현황 △베트남 내 K-뷰티 시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진념 전 부총리는 '한·베트남의 새로운 지평(地平)'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한 후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한국경제에 대한 영문 소개책자를 베트남 기획투자부(MPI)의 리꽝만 차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과 북한에서 각각 대사 생활을 두루 거쳐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팜띠엔번 전 주한베트남대사가 참석해 큰 주목을 받았다. 팜띠엔번 전 대사는 지난 1992년 한·베트남 수교 당시 한반도 관련 실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베트남 외교관으로서 26년간 한·베트남 관계 발전을 지켜봤다. 현재는 베·한 친선협회 부회장으로서 양국 민간 외교에 힘쓰고 있다. 주북한베트남대사관의 팜비엣훙 대사는 팜띠엔번 전 대사의 장남으로 올해로 4년째 대사를 맡고 있다. 대를 이어 한반도와의 외교에 힘쓰고 있는 셈이다.
팜띠엔번 전 대사는 "한국과 북한이 분단된 지 70년이 흘렀는데 길다고 하면 길지만 수천년의 한국 역사에 비하면 길지 않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합의를 본 데 대해 지난 26년간 한·베트남 간 외교 강화에 집중해온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냉전의 후과로 오랜 동안 양측의 긴장 상태가 이어졌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 등의 새로운 진전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오전 세션과 오후 세션으로 나눠 한-베트남 경제 협력 현황과 베트남 투자의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발표가 이어졌다. 투자전문 언론매체인 바오타오트(Bao dau tu), 히엡 호이 여안 응이엡(Hiep hoi doanh nghiep), 여안년사이공(Doanh nhan sai gon), 투오이째(Tuoi tre) 등 다수 현지 언론들도 현장에 참석해 이번 포럼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오전 세션에서 기조 연설을 한 데 이어 김창규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롱반뚜 전 베트남 무역부 차관 등이 한·베트남 간의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발표했다.
오후 세션에서는 응우옌응우옌융 베트남해외투자청(FIA) 부국장이 베트남의 투자유치 현황에 대한 설명한데 이어 윤주영 코트라(KOTRA) 호찌민 관장이 투자처로서 베트남이 가지는 강점과 약점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서 럼동성, 꽝남성 등 투자 잠재력이 있는 베트남 지방 정부에 대한 투자유치 설명회도 진행됐다.
포럼에 참석한 베트남 정부·기업 관계자들은 향후 베트남이 외국 투자 유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더욱 개혁·개방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럼에 참석한 주용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노이 지사장은 "베트남에 왜 투자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도시계획과 도시 문제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박현흥 (주)혜인 대표이사는 "도시 개발 관련 베트남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며 "(포럼 내용이) 관광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도시 전반에 걸친 투자 설명으로 구성돼 있어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이로운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후 세션에서는 현지 부동산 투자 방법과 유의사항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베트남은 2015년 부동산 관련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해 다수 해외 장본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에는 외국인도 아파트, 주택 및 빌라 소유권 취득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1년 이상 베트남 내 업무 경력이 필요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합법적으로 베트남 출입이 가능한 외국인은 모두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
부동산 소유권 기간도 과거에는 50년에 불과했지만 법 개정 후에는 50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거주와 임대, 상속, 기부 등도 가능해졌다. 박버금 인도차이나 프로퍼티스의 세일즈 매니저 등 전문가들은 베트남 투자시 염두에 둬야 할 점과 유의사항 등을 전하기도 했다. 이준우 법무법인 화우 동남아시아팀장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주변국과 비교할 때 베트남은 근면함 등에서 성장 잠재력이 아주 높다"며 "다만 (외국인을 위한) 투자 관련 법이 있지만 시행규칙이 없어서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 만큼 사전에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식 KOVECA 경제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투자가들이 베트남에서 부동산, 금융 분야뿐 아니라 미술품 시장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고 강조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포럼 내용이 유익하다고 호평을 보인 데 반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효진 락앤락 호찌민 영업법인 영업지원팀 차장은 "베트남 시장에 대한 진출 방법보다는 베트남 투자 소개 등이 주를 이룬 것 같다"며 "베트남 주재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호응도가 더 높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대한건설협회 외에도 KB Insurance(KB 인슈런스),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신한베트남은행, Samsung Vina Insurance(삼성화재해상보험), KEXIM Vietnam Leasing Company(수은베트남리스금융회사), KEB HANA BANK(KEB 하나은행), THT Development Co.,LTD(대우 E&C), 롯데건설, POSCO E&C VIETNAM(포스코 E&C 베트남), GS건설 베트남사업부, 롯데쇼핑, GS리테일, SPC, 이마트 호찌민지점,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LG CNS, CJ E&M, 효성, LSCV(LS전선 아시아) 등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다수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과 지사에서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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