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작심하고 규제개혁의 문제로 기득권층의 반발을 지적했다. 향후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 규제를 선정해 공론화 단계로 거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17일 열린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깨지지 않는 유리컵'과 '정화의 대항해' 사례를 들었다.
김 부총리는 "고대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한 유리 기술자가 깨지지 않는 유리컵을 진상했다"며 "황제가 다른 사람이 이 발명품을 아는지 물어본 뒤 그렇지 않다는 말에 발명가를 사형에 처했다"고 말했다. 깨지지 않는 유리컵이 황제가 가진 금과 은의 가치를 떨어뜨릴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부총리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명나라 환관인 정화는 영락제의 명을 받아 1400년대 초반 함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에 갔다"면서 "다만 영락제 사후 홍희제가 신문물의 유입을 걱정해 항해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명나라의 항해 금지로 서양이 동양을 추월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이들 사례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우리 스스로 새로운 것에 대해 극단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많은 공직자들 역시 부지불식간에 민간과 기업의 혁신 의지와 아이디어를 꺾는 것 아닌가"라면서 "공공부문의 혁신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8대 핵심선도사업 등에서 추진 실적 및 성과를 발표했지만 속도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정부 및 업계는 혁신성장을 전개하기 위한 규제의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더딘 규제혁신이 혁신성장의 속도까지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에 대해서 속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다만,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20~30개 대표 규제를 선정해 규제혁신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해결해나갈 것을 천명했다. 또 규제혁신 과정에서 기득권층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기재부는 그동안 △신고리 원전 공론화 위원회를 염두에 둔 규제개혁 공론화위원회 △정부 부처 주도의 규제개혁 기구 △국민 참여를 활성화한 온라인 상의 공론화 플랫폼 등 방안을 설계해온 상황이다.
이수일 KDI 규제개혁센터 소장은 "그동안에도 규제개혁의 성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충분히 많은 규제 개선이 이뤄졌다"며 "다만, 산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표 규제를 통해 혁신성장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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