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화당국인 인민은행이 올 들어 세 번째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미국 등 서방 경제권 중심의 긴축 기조, 중국 내부의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 등에 따른 유동성 감소, 이에 따른 기업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미·중 무역갈등 등이 혼재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으로 시장의 관심도 크다.
목말랐던 시장은 일단 크게 반기며 이번 조치가 '돈 가뭄' 해소의 물꼬가 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펑파이뉴스 등 중국 주요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우고 시장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은 "긍정적인 중대 신호"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관칭유(管淸友) 금융연구원 수석경제학자는 "객관적으로 볼 때, 유동성을 방출해 자금 압력을 해소하고 시장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요약해 평가하기도 했다.
일단 최근 중국 채권시장에서 기업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유동성 감소 외에 당국이 '회생불가' 기업 파산 등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와 함께 형식뿐인 부채출자전환 억제, 좀비기업 부채출자전환 제외, 법제화 등을 강조했다. 이는 유동성을 늘려 필요한 곳에만 자금 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 채권시장은 계속 요동칠 확률이 크다는 전망이다.
자오웨이(趙偉) 창장(長江)증권 거시경제 연구원은 "맞춤형 지준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가 살아나고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자금 흐름에 집중할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하지만 채권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국이 여전히 레버리지 축소를 강조하고 있고 최근 신중한 통화정책에 따른 긴축 효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어 바로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올 하반기 인민은행이 1~2차례 추가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바닥 탐색 중인 중국 증시는 '안정'은 가능해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양더룽(楊德龍) 첸하이카이위안(前海開源) 수석 경제학자는 "증시 부진이 지속됐지만 블루칩으로의 외자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준율 인하로 유동성이 더해지면 투자심리가 다소 살아나 중국 증시가 바닥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 효과는 있지만 하락세에 제동을 거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온건·중립' 통화기조를 강조하며 안정적으로 '합리적'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겠다는 인민은행이 조심스레 '통화 완화'로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탄력적 대응일 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해통증권은 "맞춤형 지준율 인하는 통화 완화라고 볼 수 없다"면서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미세한 정책조정이 필요한데 최근 중소기업 자금난, 금융시장 리스크 증가 등에 따라 인민은행이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도 통화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도 인민은행의 결정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은행은 24일 내달 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 우정저축은행, 농촌상업은행, 외국계은행의 지준율을 0.5% 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7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주입될 전망으로, 이는 앞서 두 차례 지준율 인하 당시와 시장의 전망을 모두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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